결혼을 준비하는 모두에게
나는 그랬다. 행복하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고, 결혼으로 도피하고 싶었다. 결혼하면 친정과 인연을 끊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로 불행하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을 정도였다. 나는 막연히 결혼이 하고 싶은 20대를 보냈고, 남편과 연애하기 전부터 이제는 연애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시작해 결혼을 할 거라고 선언했었다. 정말 다행히도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고, 결과적으로 결혼에 성공했지만, 나처럼 생각하다간 선택에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크다.
대부분의 사람은 '결혼적령기'에 만난 적당한(?) 상대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리라. 내 선택을 후회하는 마음 아픈 시기를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글을 쓴다.
결혼을 생각하면 같이 먹는 밥, 장보기, 산책,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함께 영화를 보는 것 등 무엇을 함께 하는것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나의 로망은 남편과의 소소한 술자리 였다. 각종 안주를 만들기 위해 흡사 동네 호프집만큼 재료를 구비해 두고 싶었고, 그것을 위한 안주냉장고를 따로 마련해 두고 싶었다. 친구들도 초대해서 함께 즐기고 노는 그런 결혼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함께 술자리 하는게 1년에 겨우 1~2번 할까말까... 술자리의 재미는 zero에 가깝다.
주중에는 출퇴근에 치여서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갖기 힘들었고, 주말에는 일주일동안 입었던 빨래, 설거지, 집안 정리정돈.. 생각보다 잔잔한 집안일이 많았다. 거기다가 우리는 주말에 출근을 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주말에 함께 쉬는 것조차 자주 오진 않았는데, 마침 또 주말에 쉬는 날이면 양가 어르신들의 호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주말 여류를 챙기기도 어려웠다. 둘이 함께 나누는 시간은 침대위에 누워서 각자 핸드폰을 보며 나누는 몇 마디, 일과중에 짧게 나누는 카톡 정도, 점심시간에 잠깐하는 통화 정도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더 했다. 신생아는 2시간에 한번씩 밥을 먹는데 먹는 시간이 30분 정도된다. 먹고 나면 즉시 똥을 쌌으니 먹이고 치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재우고 뒷정리하고 조금 쉬다보면 곧 다시 먹일 준비를 해야 했는데, 이 일과는 밤낮이 없는 루틴이었고,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1년도 가는 루틴이다. 3~4살쯤 되면 밥을 못하게 하고 놀아달라고 칭얼대고, 식사시간에는 온 집안에 밥을 뿌리고 다니며, 밥을 다 먹이고 부부가 함께 앉아 밥을 겨우 먹을라치면 똥을 싸서 밥맛을 떨어트렸다.
부부가 무엇을 함께 할 여유는 없었다. 적어도 5~6세 시기 정도부터 겸상도 하면서 조금은 사람다운 식사가 가능해지는데 이리 되기까지 이미 결혼 생활의 5년이 지나간 것이다. 어디에 낭만이 있는가? 아이가 태어나고 5년 정도는 거의 생존을 위해 움직였다고 볼 수 있겠다. (거기다 둘째가 있다면??) 심지어 나는 워킹맘이었고, 주말 부부 였다. 남편과 함께 뭘 할 수 있는 시간이란 아이 병원을 함께 가는 그 차 안. 그것을 낭만으로 부르는 게 좋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무엇을 함께 소소하게 즐기게 될 것이란 로망에 사로잡혀 결혼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흔히 피해야 할 배우자 중에 친구를 좋아해서 밖으로만 도는 사람, 사치나 허세가 심한 사람등을 꼽는다. 그런데 나는 갱생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꼽고 싶다. 남편과의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말로 비수를 잘 꽂는 사람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묘하게 잘 비꼬는 화법을 가졌었다. 이러한 화법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지만 이전에 나의 남자친구들은 그냥 나에게 '싸가지가 없다'는 불만을 토로했을 뿐, 무엇이 잘못된 말이었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었다. 그러니 그들과 나는 끝내 인연이 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나의 말투가 자신에게 어떻게 상처가 되었는지 정확히 말 해 주었으며, 무엇보다 그는 내게 다정한 언어로 표현해주는 사람이었다. 남편과 연애하면서 누군가 내게 그런말을 했다. '니가 사람을 잘 맞춰준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다소 사나운(?) 성향이었고 남편은 다정한 성향이었으며, 내 주변에는 늘 새로운 친구들이 가득했지만 남편은 친한 친구들 몇 몇이랑만 어울리는 차분한 사람이었다. 나는 남편을 만나서 다정해지고 또 차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기를 바란다.
결혼은 함께 삶을 헤쳐나갈 상대를 고르는 것이다. 성장기를 거치고 나온 인생의 다음 part. 어른 되기라는 프로젝트에 던져진 나를 위해 함께 의논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함께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야하고, 공과금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하며, 집안일을 나눠 해야 하고, 양가 부모님에게 효도를 해야 하며, 자식을 양육해야 하는 관계이다. 삶이라는 비지니스에 놓인, 철저한 팀웍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팀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와 대화의 결이 달라서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거나 그가 내 말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그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까?
결혼을 하고 싶다면, 준비해야 할 것은 절대 돈이 아니다.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되야한다.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그 다음,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먼저 좋은 사람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