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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15. 2021

[작문연습77] 청년실업

- 너무나 자주 그리고 일찍부터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잃어버린 세대’는 헤밍웨이가 소설 <해는 다시 떠오른다>에서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널리 퍼진 말이다.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20년대 미국은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산업화의 눈부신 성과와 자동차의 보편화는 미국을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보이게 만들었으나 ‘잃어버린 세대’들은 물질 만능주의 문화에 환멸을 느낀 채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잃어버린 세대를 호명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언론이 오늘날 청년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청년들과의 차이가 있다면 21세기 (직장을) 잃어버린 세대는 길을 잃고 방황하기보단 취업 관문을 넘기 위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5.1%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뉴스가 쏟아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코로나 위기를 지나며 청년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경쟁률이 20대 1을 초과한다고 한다. 잇단 구직 실패는 구직단념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지난해 청년 구직단념자는 전체 구직단념자의 38%를 차지했다고 한다.


 높아만 가는 청년 실업이 해결이 난망한 문제이기 때문인지 사회적 경각심은 계속 완화되고 있다. 청년 실업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여겨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구조적 해법을 찾기보단 청년들이 자기 계발에 힘쓰도록 하고 있다. 구조적 문제를 거스를 수 없으니 청년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진다. 그 결과 너무나 자주 그리고 일찍부터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청년 간 불평등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2030세대가 ‘영끌’ 자산 매입을 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몇몇 전문가들은 2030세대를 자산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주목한다. 하지만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과 주식을 매입할 여유가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영혼의 총량은 부모에게 물려받기 마련이다. 끌어모을 영혼도 없는 게 대다수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청년들이 힘겹게 구직에 성공하더라도 그들을 기다리는 건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단기계약직, 파견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불평등의 층위는 직장 내부에서 더욱 촘촘하니 말이다. 더는 잃을 것도 없다는 잃어버린 세대가 또 무엇을 잃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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