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80] 밧줄

-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by leesy

항구적 균형 외교는 닿을 수 없는 이상일까.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신세였다. 한족과 유목민이 충동하고,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이곳에서 부딪혔다. 그 틈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균형 외교였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한반도의 균형 외교사(史)는 얇은 밧줄 위에서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다르지 않았다. 때론 추락해 오랜 시간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단연 2017년도 사드 배치의 여파일 것이다. 당시 우리의 균형추는 가장 오랜 동맹 미국으로 기울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했고. 한한령이란 경제 제재까지 나아갔다. 외교 갈등이 경제적 보복으로 돌아온 셈이다. 혹자는 중국의 대응이 비겁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당위에 부합하지 않기 마련이다. 강대국 사이 줄타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2+2 회담차 방한했다. 그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고위급 인사의 첫 방문지는 유럽이었다. 관례를 벗어난 동북아 방문은 변화한 전략적 상황을 나타낸다. 미국 정부는 전략적 중심지를 동북아로 이동해 대중 견제에 나서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미일 회담에 이어 한일회담에서도 중국이 들으면 발끈할 만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동북아 순회 직전엔 최초로 쿼드 정상회의가 열렸다. 쿼드는 미국ㆍ호주ㆍ인도ㆍ일본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다. 쿼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은 동북아판 나토(NATO)다. 견제 대상이 중국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사람들이 주목한 건 한반도의 쿼드+ 참여 가능성이었다. 미국이 한국 등이 참여한 쿼드+로 대중 포위막을 구상하고 있다는 예측이 오래전부터 들려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쿼드+ 참여로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국제 사회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한령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는 우리로선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반중 전선의 일원처럼 비칠 경우 최근 완화된 한한령이 다시 강화될 수 있는 탓이다. 그럴 경우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누군가는 오래된 우방국 미국과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사이에서 간 보는 행동을 못마땅해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이미 일컬어졌으나,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이 떠오른다. 균형 외교를 저버린 역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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