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81] 택시

- 트래비스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by leesy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는 뉴욕의 택시 기사다. 베트남 전쟁 참전 후유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트래비스는 심야 택시를 운행하며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한다. 그에게 뉴욕의 뒷골목은 쓰레기장과 같다. 마약 딜러, 매춘부, 부랑자, 노숙자까지. 참다못한 트래비스는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직접 청소에 나선다. 그 결과 총격 끝에 성매매 현장에서 미성년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제45대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한 청년이 총으로 무장한 채 피자 가게로 들이닥쳤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의 아동 성착취 현장을 습격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런 일은 애초에 없었다. 이른바 ‘피자 게이트’에 흠뻑 심취한 청년이 총을 들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으나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택시 드라이버>는 히어로 장르의 영화가 아니다. 정의를 독점한 자의 오만함을 까발리는 영화에 가깝다. 트래비스도 사회악을 처단하는 영웅이 아니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적인 인물이다. 독선적 행위의 결과가 우연히 사람들의 요구의 부응했을 뿐이다. 현실에서 트래비스 같은 이들의 소영웅주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총기를 들고 피자 가게를 습격한 청년도 트래비스를 꿈꿨을 테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트래비스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들은 자신만이 옳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의 주장은 쉽게 배척한다. 정보ㆍ통신 기기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을 학습하게 될 것이라는 사회의 기대는 배반당하고 있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확증 편향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에는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사고가 팽배해졌다.


극과 극의 신념이 충돌하는 가운데 온라인은 총성 없는 전쟁터가 돼버렸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은 트래비스가 뉴욕의 뒷골목에서 만났던 쓰레기들과 같다. ‘틀린 사람’들이다. 피자 가게 습격도 시작은 이러했을 것이다. 틀린 사람들을 고칠 수 있는 이는 자신뿐이라는 확신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총기 소지가 금지인 나라이니 그냥 지켜봐도 괜찮은 걸까.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인간을 재앙으로 몰아넣는 것은 무지가 아닌 지나친 자기 확신이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과 나의 신념에‘만’ 부합하는 가짜 뉴스가 창궐하는 탓에 자기 확신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진 시대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출발점은 어쩌면,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라는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 데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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