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시되는 예외가 늘어날수록 고통받는 대상
개화기를 맞아 지역에서 준비하던 꽃놀이가 어김없이 취소됐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으나 대부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300-4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방역 비상시국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매해 반복되던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된 야외활동에 대한 불만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대체로 우리 사회는 비상시국이 일상화된 양상이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소설 <페스트>에서 묘사하듯 공포라는 장작은 처음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활활 타오르지만, 이내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은 없다. 전쟁통에 연애도 하고 애도 낳았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괜한 허세가 아니다. 공포라는 장작이 소진되면 전쟁통에 학교도 생기고 시장도 들어선다. 적응하는 동물인 인간은 공포 상태에도 적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와 오늘을 비교하면 코로나19가 야기한 공포도 많이 사그라들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만 돼도 마음을 졸였던 사람들은 이제 일일 확진자 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수백 명의 확진자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공포라는 장작이 모두 소진된 이상 지난해 이맘때와 같은 철저한 거리두기 풍경은 보기 힘들 것이다.
한편 사람들이 익숙해진 건 공포만이 아니다. 조르조 아감벤이 이야기한 ‘예외상태의 일상화’가 도래했다. ‘방역을 위해서라면’ 과거에는 용납되지 않았던 조치도 허용되고 있다. 얼마 전 지자체 몇 곳이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의무 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외국인 노동자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검사를 받지 않을 시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확진될 시에는 구상권도 청구할 방침을 발표했다.
지자체의 이 같은 조치가 외국인 차별이라는 세간의 지적이 쏟아졌다. 방역 상황의 시급함을 이유로 당초 계획을 강행하던 각 지자체는 인권위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인권위는 코로나19 감염의 원인은 인종과 국적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작업 환경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ㆍ도 당국자들은 해당 조치도 일상화된 예외상태의 하나로 정당화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지자체는 해당 행정명령을 유지하고 있다. 방역을 이유로 모든 조치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당연함'은 개화기 꽃놀이 취소 수준을 넘어선 안 된다. 그를 넘어서는 조치는 더 세심한 정책 구상과 인권 보호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연시되는 예외가 늘어날수록 고통받는 건 결국 소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