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91] 트랜스젠더

- 군인은 한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인적자원

by leesy

소명의식을 가지고 공동체에 봉사하는 사람은 한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자원을 점점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공공에 봉사한다는 기관의 직원들이 사적 영달을 위해 사회적 지위를 남용하고, 국민에게 간ㆍ쓸개까지 빼줄 것 같던 정치인은 당선 이후 사적 이익에 몰두하느라 바쁘다. 소명의식이 실종된 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간 우리 사회는 공적 가치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 지나치게 인색해왔다. 오히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공적 가치를 훼손한 이들에게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세상이 이러하니 사적 가치를 우선하는 이들만을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소명의식이 투철한 인적자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곳이 있다. 군대다. 유사시 공동체를 위해 목숨까지 던져야 하는 군인들은 한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인적자원일 터다. 소명의식 없이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복무한 군인들이 장악한 군대의 말로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군대는 소명의식을 가진 군인을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이 귀한 인적자원을 걷어차는 일에 거리낌이 없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어느 부사관의 이야기다.


해당 부사관은 성전환 수술 후에도 군인이고자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심신장애를 이유로 그를 강제 전역시켰다. 그는 수차례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소명의식에 입각한 군인 정신을 드러내 왔다. 전차 조종수라는 보직의 특성상 성별은 임무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국방부에 강제 전역 조치 취소를 권고했으나 국방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 부사관은 강제 전역 취소 행정 소송 중 세상을 떠났다.


혹자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성전환자의 군 복무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미국을 포함한 서유럽 국가 다수가 이미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 군대만 성전환자를 받지 못할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사건을 통해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력 감소를 우려하는 국방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겼다.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람의 군 복무 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방부의 이 같은 태도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만을 차단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래 병력이 될 MZ세대가 가장 기피하는 것이 고리타분함이다. 지금의 국방부는 고리타분함 그 자체일지 모른다. 수십조 원의 국방 예산도 소명의식 가득한 군인 없인 빈 수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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