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속을 전제로 한 국가는 개인 앞에 언제나 강자다
피는 꽃이 샘나서 찾아온다는 꽃샘추위는 봄날 산통을 깨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달 4월을 상기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는 스페인 독감의 폐해를 지켜본 마크 트웨인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명명했다. 그 이후 4월만 되면 이곳저곳에서 마크 트웨인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우리에게도 4월은 다른 달보다 유달리 더 애잔한 날로 기억되곤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격동의 현대사를 지나온 한국인들에게 잔인하지 않은 달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활짝 핀 꽃과 대비되는 큰 비극과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고통을 안고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의 고통은 하세월이 흐른 뒤에도 완치되지 않을 성격의 것일 테다. 하지만 그것이 치유의 노력을 중단할 명분은 될 수 없다.
어느 학자의 말마따나 국가는 책임을 묻는 일엔 신속하지만 책임을 지는 일엔 한없이 느리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견디며 사건의 전말을 좇는 부모들의 노력은 이제 7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들의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타인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지나치게 인색한 우리 사회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국가의 대응을 보면 ‘살라미 전술’이 떠오른다. 북한이 애용한다는 외교 청책으로 핵심은 ‘찔끔찔끔’이다. 상대방의 요구를 아주 조금씩 들어주면서 시간을 끌고, 종래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가는 것이다. 지난 1월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수사가 435일 만에 마무리됐다. 수사 결과에 대해 유가족은 속시원히 밝혀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남은 의혹은 특검에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기게 이뤄진 수사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그들은 얼마의 시간을 또다시 기다려야 할까. 7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은 줄었고, 언제까지 수사와 조사를 반복해야 하냐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그 뒤로 다 끝난 사건 아니냐는 말도 이어진다. 마틴 루터 킹의 말마따나 시간은 항상 강자의 편이다.
영속을 전제로 한 국가는 개인 앞에 언제나 강자다. 거대한 권력에 대고 7년간 답변 없는 질문을 해야만 했던 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는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 그들의 옆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