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이 기본값이 된 시대와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욕망
LH발 부동산 투기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다소 사그라들었다. 언론의 관심도 줄어 관련 기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보궐선거가 끝난 영향일 테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를 향한 사람들의 분노는 계속돼야 한다. 분노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 해결은 단지 관련자 몇 명을 처벌하고, 불법 투기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차원을 넘어서, 부동산 공화국의 해체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 방법은 우리 안의 부동산을 향한 욕망을 쇄신하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한국인에게 내재된 가장 강력한 욕망 중 하나는 부동산 소유욕이었다. 이번 사건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는 모르는 정보를 활용해 저들'만' 돈을 벌고 있었다는 데 대한 분노 말이다.
부동산은 고도성장기 한국인들이 고된 노동을 감내하게 만든 효과적인 유인책이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목돈을 모아 대출 낀 집을 샀다. 그리고 정년까지 차곡차곡 빚을 갚아나갔다. 평생직장이 보장되고 집값이 그리 높지 않았던 시절 중산층 삶의 싸이클이었다. 이 과정에서 집은 거주의 공간이자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가계 전체 자산 가운데 70%가 부동산인 이유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삶의 싸이클이 수명을 다했다는 징후가 쏟아진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열심히 일을 한다고 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출은 받기 힘들어졌고, 평생직장의 개념도 흐릿해졌다. 그러나 집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사회적 욕망은 여전해서 다들 집 구매를 위해 유무형의 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사회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청년들마저 부동산 구매 열풍 속에서 헤매고 있다.
저성장이 기본값이 된 시대와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욕망이 조화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 중심에 욕망을 가장 절제해야 할 공직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욕망 해소의 열쇠 또한 공직자들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향한 욕망의 효용을 낮추고, 사회적 자원을 더 생산성 있는 곳으로 돌릴 힘이 그들에게 있다. ‘살만한 집’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불법 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예방책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정부 외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분노는 지속돼야 한다. 보궐선거 직전 정부ㆍ여당이 부동산 관련 쇄신책을 쏟아냈던 건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 공분이 확산될 것을 두려워해서였다. 그리고 분노는 여전히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부동산 소유욕을 쇄신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은 한, 같은 사건은 계속 반복되고 사회적 박탈감도 지속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