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115] 대학

- 대학의 효용은 어디에

by leesy

쿠오 바디스(Quo Vadis). 21세기 한국의 대학은 사회적 효용을 상실한 채 갈길을 잃었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대학의 효용은 명확했다. 졸업자에게 소수 대졸자로서 문화자본을 선사하고, 취업의 기회를 보장했다. 반면 오늘날 대졸자는 소수가 아니다. 대졸자라고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던 시대는 끝났다. 재학생마저 사교육을 받으며 취업에 대비한다. 이제 한국의 대학은 초중고등학교의 연장처럼 작동한다.


대입의 유인책이 줄어든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4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학령인구는 20년 뒤면 반토막이 날 예정이다. 팽창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늘어난 오늘날 대학은 인구감소 시대를 준비한 적이 없다. 당장 올해부터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한 대학은 인류의 세계관 팽창에 혁혁한 공을 세웠왔다. 삶의 변화를 창조해온 대학이 오늘날 삶의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모양새다. 인구 팽창에 의지한 채 변화를 게을리한 결과다. 전인적(全人的) 인간을 양성하는 고전적 의미의 역할에도,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의 기능에도 실패한 대학이 인구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리가 만무하다.


대학의 효용이 추락한 데는 정부의 탓도 크다. 교육의 질은 투자 규모에 비례한다.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부담 규모는 OECD 회원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투자 없이 변화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그마저도 서울 사립대학에 들어가는 공적지원이 지방 국립대보다 많으니 대학의 효용과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파가 지방 대학을 먼저 덮친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은 비대면 생활을 강제 체험 중이다. 학생들은 등 떠밀리듯 원격수업을 들어야 했다. 특히나 매 학기 등록금을 수백만 원씩 내는 대학생들은 학교 시설마저 사용이 제한되자 대학의 존재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미비한 인프라와 부실한 강의 콘텐츠는 등록금 환불 요구로 이어지고 있지만, 대학은 묵묵부답이다. 이 순간에도 대학의 효용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대학에 다닐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회와 학생들의 요구를 파악해 효용을 높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규모를 줄이고, 사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노력을 유인할 정부의 균형 잡힌 지원도 필수다. 대학이 지역의 사회경제 생태계 유지에 중요하게 기능하는 만큼. 자구책을 마련한 대학에 한해 대대적인 공적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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