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대중 행보가 비교적 자유로운 이유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계획했던 백신 스와프에는 실패했지만,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과 연구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고,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을 없애는 데 협의했다. 또한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의미를 확인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지속성도 확보했다. 성과는 공동성명의 내용 외에도 회담의 형식 면에서도 돋보였다. 특히나 직전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과 비교해 회자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일 정상회담 당시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진행됐다. 외국 정상으로선 이례적으로 미 대통령의 미군 훈장 수여식에 참석했으며, 예정에 없던 영부인도 함께 했다. 압권은 오찬 자리였다. 햄버거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멀찍이 앉아있던 미일 정상들과는 대조적으로 한미 정상은 작은 테이블에 크랩 케이크를 두고 가깝게 마주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연속으로 열린 두 회담의 풍경이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의 두 국가와 연달아 회담을 개최한 이유는 미국의 대중 견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서였다. 그에 따라 중국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입장 표명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미일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네 차례 거론하며, 중국의 동중국해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도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의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최초로 대만을 언급했다. 정부가 그동안 금기시했던 양안 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한 것이다. 한미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강조'를 통해 우회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중국을 명시하며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내 인권 문제까지 거론했던 일본과 확연히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이 보인 중국에 대한 태도는 두 나라의 상반된 대중 관계를 암시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은 수출액의 4분의 1가량을 중국에 의존한다. 반면 일본은 내수 중심 경제 덕에 대중 의존도가 우리에 비해 현저하게 낫다. 일본의 대중 행보가 비교적 자유로운 이유다. 그럼에도 중국의 자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두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때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미국의 대중 압박에 보조를 맞춰 가속페달을 밟았었다. 그 결과는 추정치 8조 원가량의 경제적 타격을 입힌 한한령이었다. 혹자는 한국 정부가 주권국가답지 못하게 제1동맹인 미국을 등한시하고, 중국에 쩔쩔맨다며 비아냥거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한령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이들의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의 피해는 '타인의 고통'이 아닌 현실의 문제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