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전랑외교
중국이 표방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세계는 패권 지망생 중국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묻고 있다. 중국은 한 세대만에 등장한 미국 패권 체제의 도전자다. 중국의 국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2030년 미국을 앞지른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군사력 면에서도 미국을 꾸준히 뒤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힘만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내세운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에 다수 국가가 수긍한 결과였다.
반면 당장 중국의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무대에선 자유무역과 환경 등의 기치를 얘기하곤 있지만, 중국 주도의 질서는 힘의 논리로 수렴하는 양상이다. 가치보단 공격적인 전랑(늑대 전사) 외교가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문화의 상징인 에도시대 목판화를 패러디한 게시물을 올렸다.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波浪) 위에서 조각배를 탄 사람들이 오염수를 몰래 방출하는 그림이다. 일본 정부는 반발했지만, 한국 네티즌들은 중국의 강력한 대응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관례를 무시한 처사임이 분명했다. 트위터를 벗어난 전랑 외교는 더욱 맹위를 떨치는데, 중국은 이미 힘의 우위를 적극 활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 결과 외교적 충돌은 곧장 무역 보복으로 이어진다. 노르웨이산 연어, 호주의 랍스터, 대만의 파인애플까지 수입 제한 대상이 된다. 이 같은 무역 제재는 중국인의 식취향에 약간의 영향을 줄 뿐이겠지만, 수출국은 산업이 흔들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된 유럽을 재건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마셜플랜을 통해 미국이 유럽에 지원한 막대한 공적 자금은 유럽 재건의 발판이 됐다. 재건에 성공한 국가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 가치로 상정한 것은 물론이었다. 또한 한국전쟁 같은 이념 전쟁에서 많은 자신들이 표방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리는 담대함도 보였다. 그 덕에 이미 1차 대전 무렵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했던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패권국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사심없이 인권과 민주주의만을 수호하는 도덕적인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복무한다. 그에 따라 자행한 수많은 만행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유일 패권국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 어느 나라도 미국과 같은 국력과 납득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패권에 도전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랑 외교에 몰두하는 중국은 아직까지 믿고 따를만한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는 중국에 묻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표방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말이다. 중국은 세계가 그들의 가치를 수용했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질서를 보장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