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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130] 먹방

- 온실가스 배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식량생산

by leesy

요즘 부쩍 살이 올랐다. 앉아있는 시간은 늘었는데 식사량은 같거나 늘었다. 게으른 습관 탓에 운동도 거의 하지 않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생활이다. 몸무게가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기니 몸과 마음이 불편해 식사량을 40%가량 줄이기로 했다. 나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는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배가 고프거나 괴롭지 않다는 것이다.


소식에 대한 대단한 신념에서 시작한 게 아니니 몸무게가 돌아오면 관성처럼 식사량을 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식사량 감소의 차이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어, 내 몸의 효율(?)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연료를 절반 가까이 줄여도 생활에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오늘날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던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류 문명은 코로나 위기를 맞아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다. 뒤달아본 문명 발전의 궤도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불평등은 심화하고 자연은 파괴됐다. 세계 정상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당장 급한 불인 기후위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각국은 데드라인까지 정해가며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시했다.


한국도 유행에 뒤쳐질 수 없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정부관료·정치인·기업인 등이 탄소 저감 산업의 발굴과 신산업으로의 이행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식량생산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는 있으나 영향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80년에 비해 2018년 5배 증가했다. 배달음식은 점점 다채로워지고, 극한까지 욱여넣는 먹방의 인기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 속에서 석탄발전소가 폐쇄되고 내연차가 쇠퇴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식습관은 더 많고 더 다양한 음식을 찾는 데 익숙해지는 듯하다.


기후위기를 위해 모두가 육류를 끊고 채식선언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덮어놓고 먹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도 자명하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먹방 규제 조치에 많은 사람들이 조롱과 야유를 보냈다. 과잉 섭취와 기후위기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우리에게도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못 먹어서 생기는 문제보다 과하게 먹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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