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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연습142] 한강

- 특정 정보를 채택하고 배제하는 행위

by leesy

2000년 전 공자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상황이든 젠체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지금은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세상 모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다. 공자의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아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겸양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에 따라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는데, 바로 만연한 확증편향이다.


모든 정보를 손안에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남은 문제는 어떤 정보를 선택할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특정 정보를 채택하고 배제하는 행위는 확증편향의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가 믿고 싶은 것을 정하면, 그 결정을 뒷받침할 근거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지구 평평론자들이 순진하거나 멍청해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나름의 탄탄한 논리 구조 속에서 믿음을 강화한다.


지난달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한강에서 술에 취해 잠들었던 학생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날 밤 함께 있었던 친구가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받았다. 근거는 사망 전 학생과 함께 있던 장면과 홀로 집에 돌아가는 모습 등이 담긴 CCTV 영상과 카카오톡 대화였다. 해당 친구가 범인이라고 확신한 사람들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경찰의 조사 및 수사 내용을 수용하지 않았다.


SNS를 떠도는 검증 안된 정보는 뭇사람들의 심중을 확신으로 굳힌 결정적 요소였다. 몇몇 유튜버들은 경찰이 밝히지 못한, 혹은 밝히는 중인 사건 당일과 이후의 타임테이블을 임의로 채워 넣었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친구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고위공직에 있는 친인척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횡행했다. 이 역시 빈약한 짐작이었다.


정보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주류 언론은 책임을 방기했다. 외려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의혹을 중계하기에 급급했다. 사람들의 심중이 확신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데는 언론의 이 같은 행보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직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건이 어떻게 매듭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증편향의 그늘에서 벗어나 지난 한 달 간을 반추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사회적 관심과 자원이 소진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와 유족들의 비통한 심경을 보듬는 일은 공동체의 책무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시대에 우리들의 확증편향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마크 트웨인의 말마따나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지나친 자기 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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