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사고와 도돌이표 논쟁
수술실 CCTV 설치는 정보의 민주화로 가는 시대적 흐름이다. 정보의 민주화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 형성에 필수 요소다. 폐쇄성을 특징으로 하던 정부 부처가 내부 정보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정보가 권력이 된 시대에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환자와 의사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관계다. 수술실 CCTV는 그 관계를 보완하는 장치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높은 윤리 수준을 요구받는다. '소명의식'이 실종된 시대라지만, 의사들은 거의 유일하게 직함에 '선생님'이 따라붙는 직업이다.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완전히 의탁해야 하는 환자가 의사에게 바라는 윤리 수준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환자의 신뢰에 부합하는 의료행위를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잊을 만하면 매스컴을 장식하는 의료사고가 환자의 불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의사 단체는 의사 윤리 교육을 강화해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의 윤리에만 기댈 만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하찮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80%가 CCTV 설치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의 윤리가 채우지 못한 신뢰를 법과 제도로 정비해야 한다는 합리적 요구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쪽에선 CCTV가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위축시키고, 최선의 선택 대신 안전한 선택을 종용해 환자의 생명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CCTV를 설치한 병원이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CCTV가 의사의 의료 행위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는 기우이지만, CCTV 설치로 무방비 상태의 환자들이 누릴 실익은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술 현장의 CCTV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CCTV 설치의 반대 이유로 든다. 하지만 이미 병원 내에는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개인정보가 가득하다. 보안 시스템을 보강할 문제이지 CCTV 설치를 반대할 명분은 될 수 없다.
시민들이 CCTV 설치를 강하게 주장하는 1차적 이유는 일부 의사들이 수술실 내에서 벌이는 엽기적인 행동일 터다. 미꾸라지 한 마리라고 말하기에는, 어이없는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정보의 민주화라는 거시적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이번에는 반복되는 사고와 도돌이표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