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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Dec 20. 2020

[작문연습21] 소확행

- 예측 불가한 미래에 나의 삶을 베팅하기보다

 모든 생명체는 보수적이다. 제1의 원칙이 생명 유지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인류 문명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인간의 신체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한다. 본성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수만 년 전 원시인들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당시에 나와 다른 생명체와 만나거나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모험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 삶을 불확실성에 던지는 행동으로 되도록 피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는 요즘의 문화는 인간의 본성을 상기하는 일과 같다. 예측 불가한 미래에 나의 삶을 베팅하기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작은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불확실로 가득 찬 새로운 도전이 과거 원시시대처럼 목숨을 위협하진 않는다. 다만, 위험을 수반한다는 모험의 근본 속성은 변하지 않았다. 위험을 피해야 하는 본성도 우리에게 그대로 남아있다.


 한편 인류의 DNA에 각인됐다고 여겨지는 정반대의 본성도 존재한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성취를 이뤄낸 이들의 역사다. 이들은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소확행을 뛰어넘고자 하는 새로운 본성을 창조해냈다. 시작은 아프리카 초원의 나무였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가 나무 위에서 생활할 때 최초로 나무 아래에서 살기 시작했고, 모두가 식량을 찾아 헤맬 때 직접 식량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모두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만 힘쓸 때 추상을 생각하는 법을 익힌 존재들이었다. 이들은 소확행 대신 새로운 길을 창조했다.


 그들이 오늘날 인류 문명의 번영을 이끈 주역들이다. 나무에서 내려온 인류가 결국 달에 사람의 발자국까지 남겼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소확행 문화의 확장은 그리 반가운 현상만은 아닐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소확행이 주는 확실한 안정감과 평안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류 전체의 관점에선 바람직하지 하지 않다. 문명 발전의 동력을 꺼뜨리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 단위에서 봤을 때 소확행의 소멸이 야기하는 위기의식은 배가 된다.


 경쟁 국가의 사람들이 고위험 고수익의 도전을 거듭하며 발전하는 동안 소확행이 만연한 국가는 현상 유지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소확행을 장려하고 있지 않은지 몰아봐야 할 이유다.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는 검증되고 안정적인 길로만 안내하는 표지판과 같다. 그러나 사실 그 길 또한 허상일 수 있다. 검증과 안정은 과거 농경시대에나 실재했던 환상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은 위험한 모험에 몸을 던지는 이들로 인해 점차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본성에 따라 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모든 본성이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 문명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의 본성을 적절히 통제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확행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필요한 본성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소확행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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