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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10. 2021

[작문연습28] 공유경제

- 레이 크룩은 햄버거를 만들지도, 조리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도 않았다

 2016년 개봉작 <파운더>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의 창업기를 다룬 영화다. 오랜 시간 맥도널드는 자본주의 체제를 상징해왔다. 영화는 이 기업의 탄생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창업자로 알려진 레이 크룩은 사실 맥도널드를 처음 만든 인물이 아니다. 믹서기 외판원이었던 레이는 시골 마을에서 맥도널드 형제가 운영하는 햄버거 가게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놀랍도록 빠른 조리 과정과 만족스러운 맛에 감탄한다. 레이는 두 형제를 설득해 햄버거 가게를 전국 체인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벌여 대성공을 거둔다.


 레이 크룩은 햄버거를 만들지도, 조리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도 않았다. 맥도널드가 전국 체인이 될 수 있는 길을 텄을 뿐이다.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돈을 갖는 사람은 결국 돈의 흐름을 뚫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근래 급부상 중인 공유경제만큼 자본주의 속성에 부합하는 산업은 없을 것이다. 공유경제는 필요하지만 구매하긴 부담스러운 재화를 일정 금액을 받고 대여하는 산업을 말한다. 기업은 빌리고자 하는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 사이를 중개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재화를 대여한다.


 공유경제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전통사회에서 공유경제는 설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지금처럼 다채롭지도 않았고, 필요한 물건은 이웃에게 빌려 사용하면 됐다. 사회적 신뢰가 두터워 중개인을 따로 둘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사회적 신뢰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반면 여전히 빌리고 싶은 이들과 빌려줄 이들은 남아있다. 사회적 신뢰와 정보의 부족으로 만날 수 없었던 둘 사이에 공유경제가 똬리를 튼 셈이다.


 이 분야의 선두 기업은 단연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수수료를 받고, 여행지의 임대업자와 여행객 사이를 중개하는 기업이다. 거래가 끝난 뒤엔 상호 평가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간다. 점증하는 여행 인구에 힘입어 급성장하던 에어비앤비는 코로나 19 위기로 잠시 성장의 정체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최근 세간의 우려를 떨쳐내고 나스닥 상장 첫날 시총 100조짜리 기업이 됐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과 백신 접종 시작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공유경제의 성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작동했다고 한다. 공유경제가 경기 불황으로 경제적인 소비를 찾아다니는 이들 덕에 성장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공유경제의 밝은 전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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