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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11. 2021

[작문연습29] 경매제

- 보완해야 할 가치

 자본주의는 이상하다.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정치·경제 체제들의 명칭에는 의미하는 바가 뚜렷하다. 국민이 주인이고, 자유를 제일 가치로 삼고, 공동으로 생산하고. 대체로 공동체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 반면 자본주의는 그렇지 않다. 자본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미가 불분명하다. 그저 자본이 최고 가치인 사회를 의미하는가.


 최근 가락시장으로 대표되는 농산물 유통 환경을 둘러싼 논란은 자본주의의 명칭이 가지는 맹점을 수면 위로 띄우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오르거나 내리기를 반복하는데, 농산물 생산자인 농민의 삶은 계속해서 팍팍해진다. 1년 내내 밤낮없이 키운 작물들이 헐값에 팔려도 소비자는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자본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것을 체제의 최우선 목적으로 여기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매제로 유통되는 국내 농산물들은 도매업체를 통해 중도매업자를 거쳐 소비자 식탁 위로 올라간다. 도매업체는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농민들이 출하한 농산물을 경매에 부친다.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는 사실상 도매업체 소속이다. 그 때문에 경매사들이 도매업체의 이익에 맞춰 경매를 왜곡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심지어 경매를 진행하지도 않은 농산물이 낙찰되는 기이한 일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부조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도매업체의 이익과 농업인의 이익이 유리된 탓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농수산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내 도매업체 대부분은 농업과는 관계없는 건설업체, 사모펀드 등이 소유하고 있다. 실제 경매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경매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다. 농업과 무관한 이들이 농업인을 상대로 매년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사이 농민들은 생계난을 호소한다. 정당한 경매를 거치지 않은 농산물은 시장 가격을 왜곡시키며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자본주의의 의미가 고작 자본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가 공영 직불금 제도 등을 도입해 스러져가는 농촌을 구하려 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저술한 존 콜린스는 책에서 자본주의가 공동체의 가치를 존속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그럼에도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다. 보완해야 할 가치다. 이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찾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농산물 유통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불투명한 현행 경매제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농민과 소비자 간 직거래 방식과 병행해 가격 왜곡을 교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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