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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09. 2021

[작문연습27] 임대료멈춤법

- 60년 전과 2021년이 같을 수는 없지 않나.

 1956년 개봉작 <서울의 휴일>(https://brunch.co.kr/@lee-sy0317/2)은 당시 서울의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영화다. 뿐만 아니라 60년대 사회상도 엿볼 수 있다. 영화에는 두 가정이 등장한다. 고급 승용차를 몰며 서울 중심에 위치한 2층 양옥에 사는 가족과 달동네 허름한 하꼬방에 사는 가족이다. 두 가정은 휴일 각자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다. 가진 집 가정에게 불확실성은 일종의 해프닝처럼 여겨지나, 없는 집 가정에겐 재앙처럼 다가온다.


 21세기 서울의 도심에서 당시 서울과의 유사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층 빌딩이 들어선 지금 서울은 그때와 천양자치다. 그러나 삶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자와 빈자 사이에 삶의 불확실성이 작동하는 방식이 당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재산의 크기는 삶의 불확실성을 없애진 못했지만, 재산이 증가할수록 삶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힘은 커졌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공통의 재앙 속에서 <서울의 휴일>은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다.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코로나가 모든 이에게 위기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가 야기한 위기감은 사회 계층에 따라 다르게 체감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소득 1분위와 5분위 간 위기감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득이 높고 자산이 많은 이들에게 2020년 한 해는 자산 가격이 급증한 경기 활황기로 추억될 수도 있다. 반면 소득이 낮거나 없어진 이들에겐 최악의 보릿고개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한 이들 중심에는 대다수 소상공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위기를 최전방에서 맞닥뜨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한계 상황에 직면했던 이들도 많다. 많은 이들이 이제 절벽 아래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구성원 모두를 위한 방역 조치이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은 소상공인으로 집중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거리두기 격상과 유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멈춤법’ 논의가 대두되는 것은 당연하다. 해당 법은 수익은 급감한 반면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은 그대로인 소상공인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적 근거다. 임차료를 임차인, 임대인, 정부가 분담해야 하는 게 골자다. 캐나다, 영국, 호주, 독일 등이 이와 유사한 법을 이미 시행 중이다. 일각에선 임대로멈춤법이 개인의 사유 재산을 과하게 침해한다고 말한다. 유례가 없었던 법이니만큼 그러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상공인에게 방역의 부담이 집중된 현재 상황을 타개할 해법이니만큼 입법 당국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휴일>에서 가난한 가정이 삶이 불확실성이 초래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최후의 방법은 부잣집의 시혜적 태도였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 대한 지원은 시혜적 관점에서 평가될 수는 없다.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60년 전과 2021년이 같을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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