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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13. 2021

[작문연습31] 경험과 두려움

-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지난해 1400대까지 하락한 코스피가 올 초 3000선에 올라섰다. 주식은 패가망신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란 격언이야말로 폐기 대상이 됐다. 오히려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 벼락 거지로 가는 길로 여겨지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엄청난 양의 돈을 풀어대고 있다. 그 돈이 모든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식 상승세도 그러한 흐름의 연속이다. 우리의 경우 부동산 규제로 갈 곳을 잃은 돈마저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가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축제가 한창인 장의 한편에서 자산 거품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시장의 역사를 반추하며 경험칙에 근거를 둔다. 2000년 전후의 IT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는 좋은 사례다. 주가 거품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는 주가수익률과 버핏 지수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이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주가 상승세에 장에 뛰어든 동학 개미들에게 과거의 경험칙은 유통기한이 이미 끝난 것이다. 주가야 언젠간 하락하겠지만 내가 시장에 머물 동안은 아니다. 넘치는 유동성과 신산업의 발흥은 과거의 경험을 폐기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다는 강한 신념을 안긴다. 그러나 버블이 터지기 전 사람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시장에 돈을 쏟아부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각자의 신념을 갖고 시장으로 뛰어든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주식을 배우기에 가장 나쁜 시기라는 훈수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저점을 찍은 뒤 주가가 계속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주식에 뛰어든 이들은 주식이 언제나 상승한다고만 생각하기 쉽다. 천체의 흐름은 예측해도 주가의 등락은 알 수 없다던 뉴턴의 말은 아로새길 만하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뉴턴은 주가 버블이 한창인 영국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잃고 말았다.


 주식을 하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한다. 실패의 경험은 두려움으로 돌아온다. 두려움은 주가불안정성이 통용되는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경종을 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넣기만 하면 오른다던 국내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두려움 대신 자신감을 선사했을 것이다.


 올해 초 다시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이 작년 말 조였던 대출의 고삐를 풀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풀린 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향할 것이라 전망한다. 여전히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지만, 하락장은 먼 미래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하지만 돼지에겐 날개도, 낙하산도 없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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