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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15. 2021

[작문연습33] 취향존중

-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은 국가가 개인에게 부여한 객관적 목적

 사회학의 창건자 막스 베버는 현대인은 외부의 강제나 내부의 충동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따라 주관적 목표를 설정하고, 합리적인 수단에 따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설정한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단을 사용할 거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선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선 주관적 목적이라는 게 오랜 기간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현대사 대부분을 민족부흥의 사명을 갖고 살아왔다.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은 국가가 개인에게 부여한 객관적 목적이었다. 군사정권은 이러한 목적은 강요했고, 여기서 개인의 취향이 싹 틀 토양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관적 목적 또한 존재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역사가 꽤 길었던 탓에 군부독재가 막을 내려도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집단 전체가 객관적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추종하는 분위기는 우리 사회의 토착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절대다수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들은 튀는 사람, 눈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모두가 짜장면을 먹는데  '굳이' 짬뽕을 먹어야겠냐는 것이다. 눈치 없이 말이다. 


 취향 존중(취존)을 외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부터다. 객관적 목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목표를 이루기가 지나치게 힘들어진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벽을 체감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실패를 거듭했고 끝내 포기했다. 대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관적 목적을 따르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그것이 불완전하더라도 말이다. 


 취향 따라 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획일화된 삶의 궤도는 아직 건재하다. 궤도 밖 삶은 여전히 비정상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모범답안처럼 존재하는 삶의 수순, 예컨대 4년재 대학에 다니고, 그럴듯한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삶은 뭐하나 쉽지 않은 게 없다. 이것들을 모두 따르는 삶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됐다.  


  궤도 밖 삶을 살겠다는 이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1인 가구와 비혼인구가 급증하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사회가 제시하는 모범 답안을 거부하는 삶이 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국력이 떨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파이팅이 부족하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사회가 자초한 일이 아니겠는가. 객관적 목표를 모두가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면, 각자 취향에 맞게 살게 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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