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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26. 2021

[작문연습39] 때

-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신념과 가치 또한 언젠간 변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10년 세월은 강산만 바꾸는 게 아니다. 현재 우리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 믿는 가치들도 시간의 풍파를 견뎌내진 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사에 빠지면 천하의 몹쓸 놈 소리를 듣던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코로나 이전까지 공항이 가장 바쁜 시기는 명절이었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의 유효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오늘의 지식이 내일이면 폐기되는 시대에 누구도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어떤 가치들은 너무나 소중히 여겨진다. 우리는 그것이 영원하기를 꿈꿀 때가 있다. 그러한 가치들이 소중한 이유는 제각각일 게다. 나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탱하는 가치라 믿기 때문이거나, 그 가치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고가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두 교황>은 이에 관한 영화다 반드시 지키고 싶은 가치와 신념의 변화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


 영화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임 교황 베네딕트 간 대화로 구성된다. 베네딕트 교황은 2000년 가톨릭 역사의 수호자다. 수많은 교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일궈낸 교리와 제도를 누구보다 신성하게 여긴다. 일시적인 사회적 변화와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흔들려선 안 될 소중한 가치이며 가톨릭의 근간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의 이런 굳은 신념은 가톨릭 조직 내의 각종 스캔들로 교황청을 향한 사회적 비판이 쏟아져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호르헤 추기경은 다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군부 정권 당시 핍박받은 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거리에서 교리를 전파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베네딕트 교황이 목숨처럼 여기는 가톨릭 교리 또한 호르헤에겐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의 말씀을 따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 결과 기존 가톨릭에선 금기시하는 동성애와 재혼을 한 이들에게도 신의 말씀을 전하고 세례를 내려준다.


 베네딕트 교황은 그런 호르헤 추기경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가톨릭 전통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교환은 그와 대면하고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되려 설득당하고 만다. 호르헤 추기경으로부터 현행 가톨릭 교리를 온전히 따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신산한 삶을 전해 들을 때다. 교황은 자신의 굳은 신념이 더 이상 사회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네딕트 교황은 자신의 신념을 고집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교황직에서 내려온다. 그 결과로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생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목소리 내기를 주저 않는 교황 덕에 오늘날 가톨릭은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베네딕트 전임 교황이 종신직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있을 수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신념과 가치 또한 언젠간 변한다. 그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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