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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24. 2021

[작문연습38] 등교

- 작고 낡은 스마트폰 한 대에 의지해

 “핸드폰 그만 보고 공부해라” 익숙한 잔소리다. 오랜 시간 아이들에게 핸드폰은 장난감이었다. 여가시간에 간단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수다를 떨기 위한 도구였다. 이 때문에 종종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했다. 그랬던 것이 21세기 들어 학습도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인터넷 강의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다.


 코로나19는 이러한 흐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감염 우려로 등교와 등원이 중단됐다. 이젠 온라인 수업이 디폴트가 된 시대가 도래했다. 갑작스러운 언택트 수업으로의 전환은 초기에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빠른 속도로 다양한 수업 콘텐츠를 소화해내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 기기 없이는 학교 수업도 존재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스마트 기기의 성능에 따라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용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높은 가격을 주고 구매한 스마트 기기는 화면도 크고 사양도 높기 마련이다. 반면 가격이 싸거나 오래된 스마트 기기일수록 화면도 작고 사양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로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학습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반면에, 어떤 아이들은 작고 낡은 스마트폰 한 대에 의지해 수업을 따라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면 수업 시에 앞자리에 앉거나 뒷자리에 앉는 문제가 아니다. 비교적 수업의 질이 균질했던 대면 수업에선 선생님의 관심과 학생의 의지가 학생의 수업 수용력을 좌우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에선 매우 높은 확률로 학생의 가정 형편에 따라 수업 수용력이 천양지차로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송출되는 수업에 쏟을 집중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비대면 교육이 기본값인 시대에 형편의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건 비단 스마트 기기의 성능만은 아니다. 교육의 질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동일한 방역 조치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등교일 수와 실시간 온라인 수업 횟수에서 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를 압도했다. 사립초등학교의 일 년 교육비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집안 형편이 야기한 교육 불평등은 판데믹 시대의 가장 어두운 부분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얼마 전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이 발표한 논문이 인상적이다. 정 청장은 논문에서 등교 수업이 바이러스 전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작년 한해 동안 감염 경로를 추적한 해외 연구와 국내 사례를 종합한 결과다. 당장 등교 수업을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는 아니다. 그럼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학생들이 하루빨리 칠판 앞에 앉아 수업을 들을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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