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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an 27. 2021

[작문연습40] 그림자

- 대도시의 마천루가 만들어내는 그림자 속으로

 세계 어디든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는 할렘이 형성된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일자리가 증가하고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이들을 수용할 거주시설은 항상 부족하다. 할렘 구축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대도시가 밀려드는 인구를 감당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낙후된 지역에 모여 살기 시작한다. 이곳은 대체로 사회적 자원과 관심에서 배제된다. 그로 인해 어떤 지역들은 위험한 범죄의 온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대도시 서울도 높은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다른 도시들과 달리 할렘이라고 부를 만한 장소가 없다. 서울에 집이 많아서일까? 아니다. 가난한 이들을 감당하는 서울만의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서울은 할렘에 사람들을 몰아넣는 대신 건물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 그림자로 뒤덮인 지하와 반지하 방으로 사람들을 수용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만의 반지하 정서를 세계화한 수작이다.


 서울이 가난한 이들을 수용하는 방식은 극단적이다. 지하와 반지하 방처럼 가장 낮거나 옥탑방처럼 가장 높다. 혹은 쪽방처럼 가장 좁거나 노숙인의 삶처럼 가장 넓다. 1000만 도시 서울은 집적의 힘으로 세계적 규모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 그 눈부신 성장 속에서 집적된 노동력의 가장 아래 깔린 이들의 삶들은 쉽게 잊히고 있다.


 이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언론에는 연일 아파트 가격 얘기만 나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강북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 결과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끌어모을 영혼이라도 있는 이들은 그나마 여유 있는 중산층의 삶이다. 아파트는 꿈도 꿀 수 없는 지옥고의 삶 속에서는 영혼마저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건강마저 위협한다. 매년 여름이면 들려오는 쪽방 거주민의 사망 소식은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았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잠시 분주해진다. 그러나 쪽방촌은 다시 대도시의 마천루가 만들어내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내년 여름이면 똑같은 소식으로 연례행사를 맞이한다.

  

  주거취약계층의 대다수는 1인 가구다. 1인 가구는 한국의 가장 일반적인 주거형태가 되고 있다. 한국은 초고령 사회로 가장 빠르게 진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비혼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가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파트 공급책 외에는 주거문제 해결책은 빈곤하기만 하다. 서울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삶은 앞으로도 고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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