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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10. 2021

[작문연습48] 친환경

- 방안의 거대한 코끼리

 과거에는 석유 고갈 시나리오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지금처럼 화석 연료를 마구 쓰면 곧 지구의 석유 매장량이 바닥이 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었다. 석유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심화되고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현대 문명은 종말을 맞을 거란 주장도 따라왔다. 뚜렷한 대체 에너지원이 보이지 않았던 당시엔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다. 석유가 무한정 채굴될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2021년 석유 고갈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각국 지도자들은 일찌감치 석유 에너지 비중을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원 확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석유 고갈을 대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석유는 넘쳐나고 있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석유 고갈 시점을 아주 먼 미래로 밀어냈다. 각국이 석유를 멀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드디어 방안의 거대한 코끼리를 직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기후위기다.


 경제 성장이란 명목으로 기후 변화를 외면해온 현대 문명은 ‘변화’가 ‘위기’가 된 후에야 친환경 산업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는 환경 보호를 향한 각국의 의지를 드러내는 다짐이다. 한국 정부도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나섰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석유 에너지 감축은 불가피하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알아차린 시장의 변화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움직이는 기업이란 소리를 들었던 석유 회사 엑슨모빌은 지난해 미국 다우지수에서 퇴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애플에 추월당했다. 한편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인 전기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테슬라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다. 최근에는 현대그룹도 애플과의 전기차 공동생산 이슈로 주가가 크게 들썩인 바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에 요동치는 게 주가만은 아닐 것이다.


 석유의 전망이 어둡다곤 하나  현대 문명을 작동케 하는 에너지원은 여전히 석유다. 석유 사용이 순식간에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돌이킬 수 없다는 과학적 예측 또한 석유를 기반으로 한 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20세기 석유는 검은 금이자 붉은 피였다. 석유를 둘러싼 각축전은 세계 도처에서 끊이지 않았다. 석유의 효용이 알려진 후로 국제적 분쟁의 주된 요인은 언제나 석유였다. 석유의 암울한 전망을 얘기하는 지금도 석유 쟁탈전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문명은 지금 탈석유 친환경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석유 빈국 한국은 석유 시대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돌파해왔다. 다시 한번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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