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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12. 2021

[작문연습49] 모빌리티

- 세상은 아이폰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

 세상은 아이폰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선보인 아이폰이 이토록 큰 위력을 가지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까.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을 뿐만 아니라 전자 기기 산업을 획기적으로 재편했다. 세상도 아이폰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까워졌고 대중들의 연대도 더욱 수월해졌다. 혁신가가 내놓은 혁신적 상품은 사회적 변혁을 일으켰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대중들의 저항 시위는 일정 부분 아이폰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폰을 배출한 애플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실현했다. 게다가 세상을 바꾼 기업이라는 명예도 쟁취했다. 애플이 혁신의 상징이 된 이유다. 혁신을 꿈꾸는 이들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아이폰 정도는 돼야 혁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혁신은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있는 양상이다. 혁신을 내세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다. 너도나도 일단 혁신을 내걸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혁신 남용의 시대다.


 새로운 수익 모델 창조와 혁신이 혼동되는 사례가 잦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과 기업가에게 큰 이익이다. 하지만 아이폰이 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을 바꾸는 힘은 없다. 대부분의 혁신적 제품, 혁신적 서비스는 사실상 눈속임이다. 혁신을 간판에 내걸고 자동차와 기사를 고객과 이어주는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인 한 모빌리티 회사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혁신적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콜택시의 변용이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콜택시와는 다른 수익 모델이었다. 택시 산업은 정부 규제에 따라 굴러간다. 정부는 수급을 조절하며 택시면허를 발급하고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택시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정부 규제를 따르지 않았을 땐 처벌 또한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을 내건 모빌리티 기업은 운전기사와 개인사업자로 관계 맺었다. 기사는 근로자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택시업의 각종 규제를 피하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상 정부 규제에서 벗어난 콜택시었던 셈이다.


 조지프 슘페터의 말마따나 자본주의를 이끄는 건 기업가의 혁신이다. 낡은 규제가 혁신적 사고를 가로막기도 한다. 그러한 규제는 빠르게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혁신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청과 새로운 수익 모델을 위해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는 구분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수익만을 위해 사라져야 할 만큼 의미 없는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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