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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12. 2021

[작문연습50] 전기차 보조금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규모의 외부성

 경제학자 게릿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에서 자유방임주의 신화에 도전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기적인 경제 주체들이 유발한 손해나 편익 같은 외부성에 비용을 청구하는 데 실패했다. 예컨대 자유방임시장에서는 공장에서 방출한 폐수 때문에 주민들이 병에 걸려도 공장주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책임을 추궁할 보이는 손(정부)의 개입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규모의 외부성이다. 산업혁명 이후 개발 중심 성장에 몰두해 온 인류 문명은 환경오염에 대한 청구서를 이제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간 각국은 기후변화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파리기후협약 같은 굵직한 행사도 각별한 위기의식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세계 지도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건 전적으로 코로나 위기 덕이다. 세계가 멈추자 지난 200년을 반추할 이유가 생겼다. 개발만능주의와 무한경쟁사회가 기후위기와 판데믹의 원인이란 사실은 자명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선언은 그래서 등장했다. 한국 정부도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공언했다. 후발 산업 국가들은 억울한 상황이다. 개발 논리의 혜택을 만끽한 서구 국가들이 뒤늦게 환경 보호를 외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한국의 상황은 양호하다. 산업화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다.


 정부가 밀고 있는 건 전기차다. 전기차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선 석유 사용을 줄여야 한다. 내연 기관차는 국내 석유 소비의 40%가량을 점유한다. 제조업 강국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국내 제조업 생산의 10%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상용화는 이래저래 매력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이는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초에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최대 800만 원가량이 전기차 구입 시에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단 가격이 6000-9000만 원인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반으로 줄고, 9000만 원 이상은 별도 보조금이 없다. 형평성을 이유로 고가 전기차에는 지원금을 줄이는 것이 아쉽다. 친환경 산업 육성책은 계속 확장돼야 한다.


 2020년은 개발만능주의와 무한경쟁사회가 쌓아온 외부성이 폭발한 해였다. 지구라는 공유지는 이기적인 국가들의 경쟁 속에서 비극을 맞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류 문명은 비극을 초래한 외부성을 뒤늦게 처리 중이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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