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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14. 2021

[작문연습52] 토론

- 쓰이지 않는 날개도 날개라고 할 수 있을까

 흑과 백으로 치닫는 사회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양극단뿐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사고가 팽배한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미덕인 자유로운 토론은 무력해지고 있다. 봉합을 전제하지 않은 양극단 사이의 갈등 속에서 화합을 위한 건강한 토론은 실종 상태다.


 필터 버블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에게 토론은 세력 과시의 무대에 그치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성향을 귀신처럼 알아채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나기란 힘든 일이 됐다. 대신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며 기존의 취향과 성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라인홀드 니버는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상상력의 부재가 집단을 개인보다 이기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필터 버블에 갇힌 집단은 더 강경하고 완고해진다.


 양극단에 위태로이 매달린 거대한 버블은 ‘우리’ 외 존재를 적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든다. 나와 다른 극에 선 이들은 타도의 대상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는 ‘대안적 사실’이라는 매력적인 도구를 창조해냈다. 명백한 거짓도 대안적 사실이라는 매력적인 탈을 쓰면 극단적 주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시대다.


 사회적 자원은 흑과 백의 충돌 속에서 계속해서 소진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인 대중의 관심도 속절없이 고갈되는 중이다. 정작 한정된 사회적 자원이 향해야 할 곳엔 침묵이 흐른다. 이곳에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기주장을 할 수 없는 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양극단이 잠식한 사회의 단면이다.


 타협 없는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사회적 문제는 산적해간다. 그 문제를 해결할 답이 양극단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정답은 언제나 흑과 백 사이 회색지대에 숨어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이 필수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유롭고 상호 존중하는 토론은 회색지대에 숨은 사회적 해법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탄없는 의견이 오갈수록 사회적 문제의 해답을 찾을 가능성은 커진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막무가내 공격만 주고받는 양상이다.


 새가 좌우 날개로 날듯 우리 사회도 흑과 백이 협력할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추락하는 중이 아닐까. 어느 작가의 말마따나 추락하는 모든 것엔 날개가 있을까. 쓰이지 않는 날개도 날개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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