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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18. 2021

[작문연습56] 고교학점제

- 획일적인 교육 방식이 변화하는 사회와 조응하지 않는단 지적

 트로트 가수 윤수현이 부른 ‘천태만상’은 인간 세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다. 사람들은 가지각색이고 삶은 다채롭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통 산업사회가 저물고 신산업이 태동하는 시기다. 세상은 더욱 천태만상 해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유유자적 그대로였다. 수십 년째 획일적인 교육 방식이 변화하는 사회와 조응하지 않는단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어제 교육부가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고교 입학생부터 3년에 걸쳐 6학기 동안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기본과목인 국영수와 한국사를 제외한 모든 수업은 절대평가 대상이다. 각 학교는 자율적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게 될 예정이다. 다채로운 학교 밖 세상을 좇아가기 위한 교육부의 방책이다.


 예를 들어 학교는 요즘 십 대에게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인 유튜버를 초빙해 콘텐츠 제작 수업을 개설할 수도 있다. 그간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다층적인 세상으로 내몰렸던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듣고 각자의 개성을 함양할 길이 열린 셈이다.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자연스럽게 학업 성취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우선 학교 간 개설 과목 수의 격차가 불가피하다. 대도시에 자리한 학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강사를 초빙하기 수월하다. 반면 소도시나 농촌 지역 학교는 과목 다양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재도 심각한 도농 간 교육 격차가 고교학점제 하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교사 수를 늘리고 임용 단계에서부터 특기생을 우대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역 간 인프라 격차를 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고교학점제를 입시와 어떻게 조화시킬지도 관건이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이어진 현행 입시가 가장 공정한 시험처럼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시 제도가 있지만 매년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현행 입시 제도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교육부는 2024년까지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공론화 작업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그간 천태만상 인간사에 비해 현행 교육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획일적이었다. 코딩과 인공지능 관련 수업 몇 개를 추가한다고 해서 교육 개혁이 완성되진 않는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이 학교 교육과 사회 간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론에 대한 우려는 보완해가면 된다. 그 때문에 변화를 미루다가 미래 세대에 큰 짐을 지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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