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sy Feb 19. 2021

[작문연습57] 기부

-도와줄 사람은 언제나 적은 현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부유층에게 재물을 나누자는 ‘권분’ 운동이 펼쳐졌다고 한다. 백성들이 굶고 있으니 곳간을 조금 열라는 요청이다. 최근 묻혀있던 권분 운동이 다시 세상으로 밖으로 나왔다. 순천시가 권분 운동을 통해 모은 7000만 원으로 권분가게를 열었다. 권분가게는 매일 손님 300명에게 1인당 3만 원에 상당하는 식품을 나눔한다. 아침 9시 개시와 함께 번호표는 동이 난다고 한다. 손님 대부분은 홀로 거주하는 노인들이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라면과 달걀이다.


 기부로 운영되는 권분가게는 인기를 끌수록 운영기간이 줄어든다. 19일 기부금을 모두 소진한 권분가게는 한동안 문을 닫아야 한다. 권분가게와 같은 기부활동이 전국으로 퍼져야 하지만 기부만으로 저소득층을 돕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부는 자발적 참여이기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넘치는데 도와줄 사람은 언제나 적은 현실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러한 현실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는 일찍부터 ‘착한 임대인’ 제도를 운영해왔다. 코로나 방역 대책으로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돼 수익이 줄어든 임차인에게 착한 임대인이 임대료를 감면해주자는 운동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참여는 미비했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권분운동이다. 정부는 세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으나 임대료 구제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빚을 내 임대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사이 계층 간 소득 격차는 커지고 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5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감소했다. 반면 1분위는 오히려 1% 이상 상승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통합재정수지 건전성은 조사 대상 OECD 34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8위에서 4계단 상승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국가 재정을 투입해 코로나 위기를 타계하는 동안 한국은 재정건전성을 사수했다. 그 결과 계층 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격차 심화가 경제 활력 감소로 이어지는 건 자명하다. 그 때문에 소득 격차 감소는 정부 정책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 외에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선한 마음에 의지하는 권분운동만 바라본 채 지난 한 해를 보낸 셈이다.


 얼마 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대표가 전재산의 반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기부금은 약 5천억 가량 될 것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이미 100억 이상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정부는 권분운동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작문연습56] 고교학점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