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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22. 2021

[작문연습58] 대통령 백신 접종

- 부정성 편향은 백신과 불신의 관계를 끈끈하게 부착한다

 인지심리학에서 부정성 편향은 인간의 본성이다. 부정성 편향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마음’이다. 자신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생물학적 인간은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는 위험은 실제의 위험의 정도보다 과장될 때가 많다. 10m짜리 벽의 체감 높이는 벽 아래에서보다 위에서 더 높게 느껴진다. 우리의 인지 구조가 이러하니 코로나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와 신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인의 1차 백신 접종 긍정 여론이 9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한 접종 목표치는 70%다. 이는 방역 당국이 그간 쌓아온 신뢰 덕분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 시점이 다가오자 백신 불신을 부추기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인은 대통령이 1호 접종자가 돼서 백신의 불신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사회 지도층이 우선 접종을 받는 솔선수범을 보이는 나라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한 나라들처럼 백신 불신율이 높지 않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프레임’의 위력에 대해 얘기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요구는 오히려 코끼리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레이코프는 이러한 프레임 만들기가 정치 영역에서 주로 활용된다고 말한다. 불신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이 정치인의 주장은 은연중에 대중의 뇌리에 백신과 불신을 연결 짓는 결과를 낳는다. 이때 부정성 편향은 백신과 불신의 관계를 끈끈하게 부착하는 접착제 노릇을 한다.


 방역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결정을 두고 혼선을 빚으며 불신의 여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65세 이상 노인 대상 임상실험 결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몇몇 유럽 국가에서 접중 중단 결정이 내려진 백신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중단이 백신이 효력이 없다거나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대다수 백신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시기를 늦췄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이미 접종 중인 다른 국가의 상황을 보고 국내 접종을 하기 위해서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불신을 없애기 위해 분투하는 동안 누군가는 계속해서 불신의 씨앗을 심고 있다. 정치인들이 다수 전문가의 의견은 등지고 소수 백신 불신론자의 스피커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평소라면 정치인이 소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은 집단면역을 목표로 온 사회가 진력하는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통합의 가치를 실현할 때가 아닌가. 한번 생긴 부정성 편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인은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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