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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23. 2021

[작문연습59] 차

- 영앤리치의 부상과 함께 증가하는 건 청년실업률

 “한국엔 개츠비가 너무 많아” 이창동 감독의 <버닝> 속 가장 인상 깊은 대사가 아닐까. 주인공 종수는 젊은 나이에 비싼 외제차를 몰며 고급 빌라에 사는 ‘영앤리치’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그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종수는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그는 종수에게 게츠비다. 종수가 녹슨 트럭을 타고 서울과 북한 접경지에 위치한 집을 오가는 동안에도 영앤리치는 슈퍼카를 몰며 종수가 좋아하는 혜미와 데이트를 즐긴다.


 <버닝>에서나 현실에서나 비싼 차는 영앤리치의 필수품이자 상징이다. 차야말로 부를 과시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집은 드러내기 어렵고 명품은 진입장벽에 낮다. 유래 없는 자산 가격 상승을 겪고 있는 오늘날, 영앤리치가 소비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2030세대의 고급 외제차 구매율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고 한다. 명품 구매도 당연히 증가했다. 2030의 주택 구매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도 FOMO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30세대 중 영혼까지 끌어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만큼 돈 많은 2030이 늘어난 것이다.


 영앤리치의 부상과 함께 증가하는 건 청년실업률이다. 끌어모을 영혼도 없는 청년들은 할 일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관심은 미비하다. 같은 청년이지만 누구는 영앤리치로,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불린다. 그 간극이 유래한 곳은 어딜까. 언론은 코로나 위기로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닥치기 전에도 양극화는 심했다. 사회적 양극화가 방역에 걸림돌이 되자 약간의 관심이 더해졌을 뿐이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극치를 실현했던 19세기 말 미국 사회를 ‘도금 시대’로 명명했다. 철강왕, 석유왕, 철도왕 등 경제계의 왕들이 미국 사회를 금으로 치장하던 시기다. 오스카 와일드가 <위대한 게츠비>에서 묘사한 당시 미국은 끝간데 모르고 달려가는 자본주의 그 자체이자 눈부신 엘도라도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 현미경으로 본 미국 사회는 착취와 빈곤으로 곪고 있었다. 극심한 양극화로 겉만 번지르르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은 대공황에 직면한다.


 양극화 심화가 야기하는 사회적 폐해를 모르는 이는 없다. 역사적 사례가 무수히 많이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실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적 자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말마따나 부자에게 돈을 쓰면 ‘투자’이고, 가난한 자를 돕는 건 ‘비용’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에서 양극화가 완화될 여지는 없다.


 <버닝>에서 영앤리치의 슈퍼카는 불에 타 재가 된다. 사회적 양극화가 초래할 사회적 비극에 대한 감독의 메타포다.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금도 어디선가, 무언가, 이미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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