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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24. 2021

[작문연습60] 취미

- 우리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직업병

 한국만큼 ‘쓸데없는 짓’이 많은 나라가 있을까. 우리 사회는 목적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혐오한다. 그 목적은 당연히 사회가 부여한다. 보낸 시간은 성적 향상이든 소득 증대든 결과로 정당화돼야 한다. 그러지 못한 행위는 쓸데없는 짓으로 전락한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은 쓸데없는 짓의 전형이다. 하다못해 취미 하나에도 친목 형성이니 건강 증진이니 하는 목적이 필요하다.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직업병이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압축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모든 시간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쓰여야 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사라졌지만 직업병은 여전하다. 세계 최상위권을 다투는 노동시간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돈을 벌어야 했다. 어쩌다 생긴 여가시간에 하는 취미 생활에도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였다.


 잊을 만하면 언론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까지 버니 남들의 부러움을 한껏 산다. 우리 사회가 그런 이들을 통해 빚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모두 돈이 되는 취미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취미는 취미가 아니다. 이직 준비라고 해야 한다.


 한때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자신의 취미에 몰입해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많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정확히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을 상정하고 탄생한 말이다. 코스프레를 해도 그들이 구현하는 디테일을 동양인이 따라가기 힘들다는 자조 섞인 말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혹자는 ‘나인 투 파이브(9 to 5)’ 근무시간이 자리 잡은 서구 선진국 시민들은 취미에 투자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찾았다.


 그러나 퇴근이 빨라도 ‘그저 좋아하는 일’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백날 취미에 시간을 들여도 장인의 경지에 이르긴 힘들다. 한국 사회는 ‘쓸데없는 짓’을 금지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 효과는 명확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급성장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게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고도성장 인센티브가 사라진 상태인 거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을 너그럽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그러면 경제 성장만으로는 높이지 못한 삶의 만족도가 상승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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