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연습61] 거울

-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남들에게도 같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객관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는 사람은 타인을 지치게 한다. 자기를 너무 깎아내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능력은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얼마나 쉽지 않냐면, 거울로 보는 나의 얼굴과 타인이 보는 나의 얼굴마저 다르다. 평생 자신의 얼굴도 객관적으로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내면은 어련할까. 완벽한 자기객관화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력을 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는 뚜렷하다. 난 대부분의 직장 내 성폭행은 자기객관화 결여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직장 내 성폭행은 위계적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가해자는 대부분 직장 상사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이들의 변명은 대동소이하다. 피해자와 제삼자 입장에선 터무니없는 소리를 잘도 한다. 부하 직원의 호의를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받아들인 경우도 잦다. 대개 자기객관화의 결여에서 발생하는 착각이다. 밥벌이만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호의란 사실은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지 않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애석하게도 현실의 사랑에는 국경과 나이 말고도 고려할 요소가 수없이 많다. 물론 예외적 사랑도 있다. 하지만 그 예외가 나에게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자기객관화에 능한 사람은 그런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둔다. 어린 부하 직원이 머리 희끗한 중년의 상사와 사랑에 빠지는 망상은 실현되기 힘들다. ‘나’의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고 여겨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직장 내 성교육에는 자기객관화 수업이 필수가 돼야 한다. 한국처럼 장유유서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에서는 더욱 간절한 교육이다. 내가 받는 호의가 직장 상사라서 혹은 연장자라서 받는 특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직장 내 성추행의 주범이 되곤 하는 중년 남성들이 우선 교육의 대상이 돼야 한다.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가장 전성기에 있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기객관화가 쉽게 상실되는 조건이다.

 직장 상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 내 성폭행은 부지불식 간에 발생한다. 미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남들에게도 같게 보이지는 않는다. 자기객관화 유지를 위한 죽비는 잦으면 잦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