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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Feb 28. 2021

[작문연습63] 아보카도

- 식탁에 오른 아보카도를 보며 세계화의 두 얼굴을 생각한다

 식탁 위에 세계가 있다고 한다. 신토불이는 이제 옛말이 됐다. 좋은 식재료는 국적 불문 식탁 위에 올라야 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식재료는 아보카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보카도의 효능과 각종 요리법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아보카도를 다루는 식당도 급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아보카도는 이제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흔한 식재료가 됐다. 그러나 아보카도가 피, 땀, 눈물의 열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농부의 노력을 기리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전 세계 아보카도 대부분은 중남미 대륙에서 생산된다. 그중 멕시코에 위치한 미초아칸주는 최대 생산지 중 하나다. 미초아칸의 농부들은 세계적인 아보카도 열풍의 수혜자다. 아보카도가 인기를 끌자 농부들의 경제적 형편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녹색 금’이 가져온 건 행운만이 아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마약 단속으로 수익이 감소한 멕시코 카르텔들이 아보카도 농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마약 카르텔 입장에서 이 녹색 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한번 빼앗으면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초아칸의 농부들은 아보카도 농장을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꾸렸다. 잔혹하기로 유명한 멕시코의 카르텔은 목적 달성을 위해선 살육도 서슴지 않지만, 미초아칸의 농부들은 유일한 수입원인 아보카도를 포기할 수 없다. 정부의 치안이 부재한 가운데 농부들은 총을 들고 카르텔의 간헐적 습격에 맞서고 있다.


 한편 아보카도 생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아보카도 생산 과정에서 비옥한 땅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일도 잦다. 아보카도가 인기를 끌수록 중남미 대륙은 말라간다. 오랜 시간 아보카도 없이 소농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보카도가 가져온 풍요는 이들의 몫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식탁에 오른 아보카도를 보며 세계화의 두 얼굴을 생각한다. 세계화는 어떤 이에게는 풍요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빈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세계화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건 아보카도뿐만이 아닐 것이다. 세계화가 가져오는 풍요는 마치 제로섬 게임처럼 누군가의 빈곤을 전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코로나 위기로 세계화가 주춤하는 지금, 세계화를 대하는 나의 자세를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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