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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02. 2021

[작문연습65] 실

- 요즘 아기들의 돌잡이 상에도 실이 올라갈까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산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자주 모이는 가게 문짝에 붙은 문구다. 이 말뜻을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40%를 상회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는 OECD 최고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높은 확률로 빈곤층이 되는 셈이다. 빈곤층으로 200살까지 살아야 한다니, 그건 삶이 아닌 생존에 가까울 것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 등장하는 노모의 희망은 하루빨리 쇠약해져 산신령께 가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건강하다. 노모는 짱돌을 들어 스스로 치아를 망가뜨린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한다. 이가 빠질 정도로 늙었으니 산신령께 데려다 달라고. 아들은 노모의 간곡한 요청에 마지못해 어머니를 산신령께 모셔간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옛날 일본 산골 마을의 고려장 풍습에 대한 감독의 상상이다. 일손을 돕지 못하는 노인들이 입을 줄이기 위해 산신령께 가야 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고려장 문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은 노모의 마음은 어딜 가나 같을 것이다. 어떤 의사의 지적처럼 요양시설이 고려장을 대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노부모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연일 보도되는 요양시설의 열악한 환경은 부양 부담 대신 마음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한 우리 사회의 공적 부조 또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마당에 요양시설로 보내줄 자식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오래전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독거노인 문제는 이제 너무 흔해져 뉴스 소재도 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방식은 ‘자식들은 뭐 하세요’다. 제 몸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 시대다. 그럼에도 공적 책임은 부재한 채 사적 책임만이 강요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빈곤층으로 몰릴 노인들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증가율은 4.4%라고 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이 속도라면 2050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늘어나는 노인의 절반가량은 빈곤층으로 흡수될 예정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요즘 아기들의 돌잡이 상에도 장수를 상징하는 실이 올라갈까. 무병장수는 오랜 시간 우리 모두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노인들은 장수를 두려워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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