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sy Mar 03. 2021

[작문연습66] 술

- 지가 상승을 예견하는 선구안

  어느 시대든 달랐겠냐만 2021년 한국에서도 최고의 재주(術)는 돈 버는 기술이다. 남들보다 재빠르게 돈 냄새를 감지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최상의 능력으로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정 정도의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 행위는 쉽게 용인된다. 광복 이후 돈벌이의 역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그래 왔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단연 부동산 시장이다.

     

 엄청난 규모의 돈이 오가는 만큼 최고의 기술자들이 모이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지가 상승을 예견하는 선구안, 시장의 흐름을 읽는 예리함, 거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끌어올 수완까지 겸비해야 한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까다로운 조건 덕에 커다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곳임에도 범인들은 감히 발을 들이기가 힘들다.


 흔히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한다. 높은 연봉과 보장된 신분 때문이다. 좁은 문을 뚫고 공기업 입사에 성공한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수재들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0명 이상이 3기 신도시 예정지 광명ㆍ시흥에 위치한 7000평 땅을 미리 매입해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대규모 은행 대출을 통해 100억에 가까운 해당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공사 직원들이 내부자료를 미리 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의혹을 언론에 처음 공개한 단체들은 LH 직원들이 차명이 아닌 실명으로 토지를 매입한 점을 놀라워했다. 하지만 굳이 놀랄 일도 아니다. 만일 해당 의혹이 진실로 밝혀진다 해도 직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되니 말이다. 그동안 미공시 자료를 미리 보는 정도의 비윤리적 행위는 쉽게 용인되곤 했을 것이다. 빠르게 돈 냄새를 포착한 능력이 더 박수받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뉴스가 낯설지 않다.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이들이 부동산 비리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숱한 의혹 제기와 수사, 사실관계 확인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단죄받았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해당 공사 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정황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다. 그 정도 일도 계산하지 않고 100억을 들여 토지를 매입했을까.


 알베르 까뮈의 말마따나 어제의 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행위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줘왔는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끝날까.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훗날 부동산 투자의 달인으로 오랜 시간 입방아에 오를 것은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작문연습65] 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