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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07. 2021

[작문연습69] 우유

- 가장 확실한 투자처라던 어린이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가장 귀한 자원은 어린이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해방 이후 유래 없는 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역사는 처칠의 주장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자식 교육을 위한 부모의 헌신은 가장 귀한 자원을 어린이에게 투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2000년 들어 우유를 마실 어린이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며 출산율 감소를 경험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도 출산율 하락의 한 요인이라고 한다. 한국도 같은 경로를 가는 중이다. 다만 그 속도가 다른 나라 대비 매우 빠르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 현상에 대처해온 유럽의 선진국들은 사회보장정책을 강화해 출산율 감소세를 조절해왔다. 우리 정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만 200조가량 투여됐다고 한다. 그러나 효과는 미비했다. 설상가상 65세 이상 고령층은 매년 4.4%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엇이든 신속하게 해치우는 나라답게 이미 초고령 사회로 평가받는 일본도 바짝 추격 중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도 머지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라면, 한 세대 안에 한국은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의 한 요소로 저출산ㆍ고령화가 꼽히는 만큼 우리 경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이미 국내 인구는 최초로 자연 감소세에 들어섰다.


 두 해 동안 지속 중인 코로나 위기는 우리 사회 내 소외된 이들의 고통과 내재된 불평등을 만천하에 까발리고 있다. 세상이 이러하니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사람 또한 더욱 줄고 있다. 향후 가파른 출산율 하락세의 지속은 기정사실이 됐다. 사회가 급속도로 쪼그라드는 와중에 들려오는 아동학대 소식은 이 땅에서 어린이들이 더 이상 최고의 자원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또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코로나 위기를 대처하며 각국 정부는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지라 전 국민이 자산 투자에 몰두하며 좋은 투자처 찾기에 힘쓰고 있다. 그사이 가장 확실한 투자처라던 어린이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최고의 자원이 아니라면, 2000조를 쏟아부어도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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