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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Mar 08. 2021

[작문연습70] 작품

- 세상엔 대체재가 너무나 많다

 평가는 모든 작품의 숙명이다. 발표를 전제로 만들어진 작품은 수용자의 평가를 피하기 힘들다. 시, 소설, 영화, 연극, 무용, 음악, 그림 등 모두 마찬가지다. 밤을 지새워 완성한 시를 동틀 녘에 태워버린다는 어느 비범한 시인 정도는 돼야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좋은 평가가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는 창작 환경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좋든 싫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많은 이의 관심사다. 관심과 기준의 명확성은 비례하지 않아서, 평가의 기준은 때때로 유명 평론가의 권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중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기준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작품을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라면 수용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는 파도 타듯 출렁이기 십상이다. 장삼이사들의 평가라면 자의적 기준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는 권위를 내세운 시상식의 평가에서 발생한다.


 시상식의 권위는 공정성에서 나온다. 공정성은 다수가 평가에 납득할 때 만들어진다. 오늘날 유명 시상식들은 사회적 맥락에서 평가의 실마리를 찾는 듯싶다. 짧게는 수백에서 길게는 수천 년 이어진 각각의 예술 분야는 시간의 축적 속에서 작품을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을 확립해왔다. 이에 더해 의미 있는 시도와 시대와의 조화 등을 고려하는 듯하다. 자의적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자 많은 이들이 놀랐다. 미국의 ‘지역’ 축제에서 한국인이 한국 배우들과 한국어로 만든 영화는 그간 아카데미의 평가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어와 백인이 주류인 미국 영화계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상에 올라 논란이 일었다. 미국인 감독이 미국에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 측은 한국어가 영어보다 많아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가 긴 영화제이니만큼 반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중은 골든글로브가 동양인에 대한 색안경을 낀 채 작품을 평가했다고 지적한다.

  

 백인 남성 중심의 미국 영화계가 가진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그것 또한 고유의 평가 기준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와 조화하지 못한 평가 기준은 아무리 오래된 전통과 관습에도 불구하고 공정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세상엔 대체재가 너무나 많다. 오래된 관습과 전통도 변해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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