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수 <더 인간적인 말> 키워드#안락사#죽음#존엄사#자살
이모에게는 우리 외에는 가족이 없었고 몇 명의 친구들을 제외하면 작별을 고할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이모가 그대로 스위스로 떠난다면 그녀는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이었다.
선정이유 : 안락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토론하기 좋은 소설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해 안락사는 허용되어야 할까? 자신이 죽을 때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이유로 지인이 안락사를 하겠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까.
끝까지 설득하는 쪽과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쪽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고민을 함께해 나가기 좋은 소설이다.
읽기 난이도 : 하
키워드 : 안락사, 죽음, 존엄사, 자살
1.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나’의 ‘이모’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모는 스위스에 갈 것인데,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거기서 스스로의 의지로 죽을 것이다. ‘스위스’와 ‘죽음’이라는 두 단어가 암시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나와 해원이 그동안 수도 없이 해왔던 윤리 논쟁의 주제로 이미 다뤄진 적이 있는 것이었다. 우리 또한 그것을 아주 먼 훗날, 합리적인 사유는 할 수 있지만 더이상 육체를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스위스에 가서 존엄성을 지킨 채로 안락하게 죽는 것, 그 일을 이모는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2. 이모가 자신의 애완동물(복순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 동물의 안락사 권한은 주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
[“복순이(이모가 기르던 삼색고양이의 이름이다)는 신부전으로 고생했어. 나이가 들어서는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지. 당연히 오줌을 눌 때마다 고통스러워했어. 나중에는 합법증으로도 고생했지.”
나와 해원은 뒷좌석에 앉아 듣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병원에 데려갔어. 그리고 주사를 놓아줬지. 오래 걸리지도 않더라. 정말이지 잠든 것 같았어.”
“이모, 이모는 고양이가 아니에요.” 나는 나도 모르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나는 복순이에게 완벽한 삶을 주고 싶었어.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어서 과거도 미래도 모른다는 거 아니? 고양이에겐 현재밖에 없어. 나는 복순이가 매 순간 완벽한 시간을 보냈으면 했어. 어떤 고통도 없이. 아마 거의 그랬을 거야.”]
3. 우리나라는 연명치료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다. 스위스에서 행하는 안락사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 자살과 안락사는 다른가?
5. 백개먼 게임의 의미는 무엇일까?
[백개먼은 주사위 두 개를 굴려 자신의 말을 탈출시키는 게임인데, 그날따라 이모는 자꾸 가장 높은 눈인 쌍륙이 나왔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나중에는 내가 빠지고 이모와 해원 둘이서 몇 판 승부를 벌였지만 마치 신이 돕는 것처럼 주사위 눈은 이모에게 유리하게 나왔고 해원은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이모는 쌍륙이 나올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6. ‘나’와 ‘해원’ 중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 말인가?
[“아무래도 이모의 결정을 지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중략) 어떻게 죽을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고, 누구든 그걸 선택할 권리가 있어.” / “우리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 지금 신중해야 할 사람은 이모뿐이야.”]
7. 소설의 결말 이후 ‘나’와 ‘해원’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치 물음표를 그리고 있는 듯한 그림자가 아주 서서히 움직여 이모가 있는 아파트까지 다다르는 동안 우리는 바닥에 앉아 말없이 무언가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의사가 나오든 이모가 나오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해원과 나는 말하는 법을 잃은 사람들처럼 그곳에서 침묵한 채 기다렸고, 그리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