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카스테라> 키워드#후기산업사회#실업#도도새#변비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마음을 단단히 잡수셔야 합니다."
내 손을 힘주어 쥐며 의사가 얘기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우리는 후기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거니까요."
선정이유 : 박민규의 첫 소설집 <카스테라>에 실린 단편이다. 박민규 작가답게 시니컬한 어조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배설물의 추적을 막기 위해 변비가 걸린 도도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변비가 걸린 주인공이 대장항문과를 찾아 다니며 치료를 하는 게 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다. 도도새, 변비, 야쿠르트 아줌마가 상징하는 게 무엇인지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읽기 난이도 : 상
키워드 : 후기산업사회, 실업, 도도새, 변비
1. 도도새를 사냥하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도도새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냥은 늘, 배설물의 추적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널리 알려진 도도새 사냥의 정석이다. 배설은 곧 죽음을 의미했으므로, 도도새들은 배설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멸종 무렵의 도도새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준 선교사 - 존 카라일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은신과 변비를 제외한다면 도도새의 삶에서 남는 것은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새들은 많은 방법들을 고안했지요. 배설을 하자마자 곧바로 그것을 먹어치우는 <론도>, 은신처를 끝없이 옮기며 삼십육 개월 할부로 분할 배설을 하는 <르네>, 바다에 뛰어들어 물 속에서 배설을 하는 <드봉>, 다른 동물의 변에 자신의 변을 섞는 <캄푸>… 도도새들의 삶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2. 변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야쿠르트 아줌마의 등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장은 이미, 우리의 운명이다. 그리고
야쿠르트 아줌마가 등장했다.
이는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도, 케인즈도, 맬서스와 리카도도, 마샬도, 찰스 다윈과 엘빈 토플러도 – 그 누구도 예견치 못한 일이었다. 아쿠르트, 아줌마라니. 턱을 괴고, 이를테면 자신의 실책을 후회하는 케인즈나 토플러의 모습을 나는 떠올려본다. 어쨌거나 야쿠르트 아줌마의 등장으로 시장은 한층 알 수 없고 복잡한 곳이 되어버렸다.]
3. 소설 속 주인공은 왜 자꾸 외롭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일까?
외롭다는 감정은 보편적인 감정인가?
4. 변비동호회에 올라온 게시글은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변비동호회 단체사진을 보고 주인공이 자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일상의 단체사진 앞에서 자위를 했다. 어느 누군가의 얼굴에 끌려서가 아니라, 그 존재감과 풍경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발기한 것이었다. 열심히, 나는 손을 움직였다. 사진에서 출발해, 모니터를 건너온 초여름의 햇살이 남근(男根)의 이마 위를 따스하게 비추었다. 눈을 감았다. 론도와 르네, 드봉과 캄푸…를 해버린 시원한 해방감이, 뜨거운 물줄기와 함께 해일처럼 모니터를 덮쳐갔다. 그 소리를, 나는 들었다.]
5.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소설 속에서 변비의 원인으로 성적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 회사 실적 압박을 받는 직장인, 만성적인 변비에 시달리는 서비스직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긴 노동환경 속에서 변비란 필수불가결한 질병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때 다뤘던 질문이었다. 시간이 지난 만큼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