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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07. 2019

프란츠 카프카 <변신>

목소리를 상실한 모든 것들에 대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1900년대 작품으로 노동력을 상실한 가장의 모습을 벌레로 비유한 소설이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지난 5년 동안 외판원 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도 아팠던 적이 없(p2)'었던 인물이다. '기차 시간에 대한 걱정과 불규칙하고 무성의한 식사, 진정으로 가까워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p1)'는 직장을 다니며 '부모님만 아니라면 이렇게 참고만 있지 않았을 거(p2)'라고 말하는 그레고르의 모습은 현대 직장인들과 비교해 보아도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벌레로 변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걱정을 할 정도로 일밖에 몰랐던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해버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길고긴 휴식을 가진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노동력을 상실한 그레고르는 그 휴식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경제력이 상실된 그가 취할 수 있는건 부패된 음식과 방안을 거꾸로 기어다니는 원초적인 행위의 반복이다. 처음에는 그 행위에 만족을 하며 '너무도 행복에 젖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들(p21)'기도 하지만 곧 그는 '방바닥 위로 떨어져' 추락하고 만다.


벌레에 동화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에 그럭저럭 자족해나가는 그레고르는 오늘날 우리의 삼포, 사포세대와 닮아 있다. 벌레로서 누릴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가구를 옮기려고 하는 누이동생과 어머니의 행동에 그레고르는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인간으로 마땅히 누려야할 것들이 '제거'되자 그레고르는 집행자인 어머니와 누이를 저지하려고 나서보지만 법으로 상징되는 '아버지'가 그레고르의 등에 사과를 박아버린다.


이 소설은 단순한 노동력을 상실한 가장을 대하는 비정한 가족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사회 전체로 환언해서 이야기해 볼 수도 있다.


소통을 거부하고 혐오의 대상을 방안으로 밀어넣어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감추려고만 한다면 사회는 곪아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잠자 부부가 그리는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은 허상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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