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마음

기록하는 습관 020_2020.06.02

by 이연

사실 요즘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을 한자도 못쓰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몇 문단을 쓰다가 마는 조각난 글들이 폴더 속에 저장되어 있다. 가끔씩 어떻게 기워보려고 파일을 다시 열어 보지만 엮을 재간이 없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이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래도 요가는 꾸준히 하고 있다. 옷을 갈아 입고 요가원에 들어설 때마다 나는 항상 다짐한다. 오늘도 열심히는 하지 말자. 하는 만큼만 하자. 그런 불온한 마음이 나를 성실하게 만든다. 잘하려고 하지 않으면 즐거운 일들은 너무나도 많다. 리뷰 욕심을 버린 영화 감상이나 토론 걱정 없는 독서가 그렇다. (최근에 영화 <미스비헤이비어>를 보고 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자꾸 마음의 짐처럼 느껴져서 그만두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나는 도저히 오래 살고 싶지 않아 진다. 하지만 글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잘하고 싶은 거라 그런지 자꾸만 제일 최선인 것만 내놓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이 최선인가 자문하면 도저히 글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기가 두려워지고 관성처럼 자꾸만 글을 쓰다가 포기하게 된다.


이제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적인 글들을 계속 써야겠다. 나는 자꾸 나를 꾸미려 한다. 오래 생각하고 오래 쓸수록 더 그런 것 같다. 일상은 대게 단조롭지만 글로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항상 존재한다. 아직은 내가 쓸만한 깜냥이 안 되는 것, 너무 흔해서 시시한 것, 너무 개인적인 것들을 빼고 나면 몇 개 남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쓸만한 것들은 차고 넘친다.


요가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겠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굳었던 다리가 점점 펴지는 것처럼 주름진 나의 글도 조금씩 펴지겠지. 아무것도 흉내 내지 않는 나만의 글을 써야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연서처럼 두 번 읽지 않고 올려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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