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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Jun 14. 2020

처음을 그린 그림 동화 <새내기 유령>

로버트 헌터 저/맹슬기 역

로버트 헌터의 <새내기 유령>은 외곽선이 불분명한 말랑말랑한 그림과 색채가 다채롭게 변주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책의 겉면에는 <꿈, 열정, 별, 죽음에 관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쓰여 있었지만, 이 책의 결말은 ‘이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아직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지 못하는 새내기 유령입니다. 이 유령은 아직 잘 날지도 못해서 나무 밑동에 걸려 사람에게 발각되고 마는 정말 새내기입니다. 유령이 만난 새로운 사람은 별을 관찰하는 천문학자이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유령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신의 임무를 위해 동료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는데, 그 임무라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을 하늘로 데리고 가버리는 거지요! 부서진 바이올린은 그녀의 ‘꿈’을, 축 늘어진 팔다리는 ‘죽음’을 상징합니다.


새내기 유령은 그 모습을 함께 목격한 자신의 친구를 안심시킵니다. 자신은 별을 관찰하는 것이 좋으며 계속 그와 함께하고 싶다구요. 하지만 어느새 동료들이 친구의 집으로 침입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새내기 유령은 친구와 도망칩니다. 그리고 하늘로 높이 높이 날아오릅니다. 그러다 그렇게 날아오르다 결국, 친구는 별이 되어 버렸습니다.


동료들은 그 새내기 유령을 축하해줍니다.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구요.


모든 사람은 처음일 때가 있고, 그 처음을 지나 모든 일에 결국엔 익숙해진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동화일까요? 별의 탄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결국 ‘별’이 되어야 하는 천문학자의 열정은 왜 죽음이라는 희생을 거쳐야만 할까요.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걸 알면서도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시스템은 과연 괜찮을까요?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결말이었습니다. 새내기 유령의 얼떨떨한 표정을 보고 손뼉 치지 않는 유령이 하나쯤은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 책엔 어떤 각주도 해설도 해석도 없습니다. 그림동화이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는 더욱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꿈을 가진 사람들을 별로 만드는 유령을 보며, 한국의 야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꺼지지 않는 불빛도 생각이 났습니다.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니, 기회가 되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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