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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프로듀서 Aug 23. 2019

실타래처럼 엉킨 국적이여

국적불명의 식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블랙코미디

시작하기 전에, 필자는 자영업자들을 괴롭힐 생각은 전혀 없다.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나쁜 소문은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잘 알기 때문에

이 글을 쓰기 전에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펜... 아니 키보드를 잡았다


누구냐 넌.

인사동에 가본 독자들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들어본 광고문구일 것이다.

"궁중에서 먹던 조선의 대표 디저트"

"왕에게 진상하던 고급 요리"

"사신이 오면 바치는 귀한 음식"

오늘의 주인공, 꿀타래에 대한 수식어들이다.


정말로, 꿀타래는 궁중에서 임금에게 바치고 사신이 오면 바치는

그렇게나 귀하고 맛있는 조선의 다과였을까?


네놈을 만들기엔 쌀이 아까워

척 노리스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조선시대는 쌀이 권력이었다.

쌀로 만드는 술과 과자는 당연히 사치품이었고

가뭄이 들면 가장 먼저 금지되는 품목이었다.


그렇다면 꿀타래는 어떨까.

과연 조선에서는 꿀타래를 만들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 꿀타래를 만든다는 것은

척 노리스의 말대로 정말 쌀이 아까운 짓이었다.


조선은 기후 때문에 사탕수수를 키울 수 없어서

전부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에 의존했

꿀도 굉장한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조선에서 달콤한 맛은

조청이 담당하고 있었다.


문제는, 조청이라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쌀"이 들어간다.

달달한 거 하나 만들려고 수십 끼를 먹을 쌀을 쓴다는 건, 평민은 상상도 못 할 행동이었고

귀족은커녕 왕이었어도 정말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여하튼, 조청과 엿은 어마어마한 사치품이었고

주요 성분이 거의 설탕 덩어리인 꿀타래는 조선에서 먹을 수도, 만들 수도 없는 음식이었다.


터키에서 시작하는 여정의 시작

터키의 과자 피스 마니에

꿀타래의 원형은 단 것에 환장한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찾을 수 있다.


피스마니에라고 부르는 이 과자는

녹말, 설탕시럽, 레몬을 반죽해서

몇천~몇만 가닥을 늘린 뒤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들어서

속에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채우는데

설명 만들어도 꿀타래다.


그리고 사진 역시 누가 봐도 꿀타래다.


그럼 이 형제의 나라의 음식은

어떻게 한국으로 왔을까?


과자판 아내의 유혹

중국의 용수당

터키의 과자 피스마니에는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피스마니에는 이곳에서 용수당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중국 생활을 시작한다.

이렇게 용수당은 새로운 나라에 완벽하게 적응하여 중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나 했더니...


한국의 눈에 들어 다시 새로운 나라에서 제3의 인생, 아니 과자생을 시작한다.

중국의 호텔에서 이벤트로 보여주던 것을 국내업체가 성분 연구 끝에 완벽하게 만들어낸 것.


그렇게 형제의 나라 피스마니에는 멀고 먼 길을 돌아 한국에 정착하게 된다.

점찍는다고 못 알아본 아내의 유혹도 아니고, 똑같은데 이름만 바꿨다고 아예 다른 음식이 되어버린 꿀타래.

인터넷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시절이니 일반인들은 당연히 이게 터키 과자 인지도 몰랐던 것 아닐까.


이쯤 되면 독자들은 슬슬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원래 터키 과자라는 사실도 알았고 한과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는데...

대체 이게 뭐 얼마나 큰일이라고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는 것일까?


당연히 큰일이다

음식은 그 나라의 기후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가장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살아있는 책이다.

꿀타래가 한국의 전통 궁중 다과라고 하는 것은, 터키나 중국이 우리의 왕이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일본음식인 붕어빵이 한식이 되어버리는 역사적 순간(?)

사실 우리는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이 조금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보여주기와 상업성과 성과에 급급하며 모든 요리에 김치가 빠지지 않는 이상한 고집

그렇게 진정한 한식은 점점 잊혀 저 가고 국적불명의 치즈 범벅 밀가루 빵들이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굉장히 모순적이게도 조선왕조다.


한식 홍보의 단골 메뉴인 궁중음식

한국인들이 한식을 소개할 때 늘 빠지지 않는 말

"왕의 식탁에 올라갔다"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었다"

필자는 이 말을 매우 싫어한다.


수라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궁중음식도 매우 중요한 우리의 문화지만

왕은 그 나라의 식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평민들이 먹고 전해지는 음식들

바로 "향토음식"이 진정한 식문화의 지표이다.


아직까지 체감이 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스시는  패스트푸드였다.

일본을 대표하며 대표적인 세계화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음식, 바로 스시다


스시는 과연 높으신 분들만 먹는

조선의 궁중음식 같은 귀한 음식이라서

세계화에 성공한 것일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스시는 생선의 보관방법 중 하나에서 시작되어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였다.

스시의 세계화는 매우 긴 이야기이니 나중에 풀어보도록 하겠지만.

이 이야기의 중점은 "스시는 왕이 먹는 음식이라 세계화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다.


화려하고 강렬한 이름이지만, 세계화에 궁중음식이란 타이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식상한 이야기일 뿐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닭, 너 저주의 이름이여.

필자는 불닭볶음면을 굉장히 싫어한다.


애초에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식성이지만

이 녀석이 한식인 것 마냥 우쭐대는 걸 보면 불닭 100개를 먹은 것처럼 속이 뒤집히고 쓰리다.


유튜브에 중국 국수를 검색하면 아름답고 놀라운 중국의 국수들이 나오고

일본 국수를 검색하면 독창적인 지역의 특색의 국수가 나온다.

서양의 국수는 말할 것도 없다.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앤슬리 해리엇 등등

수많은 서양 요리사들의 화려한 파스타 요리들이 그들의 손에서 멋지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국수를 검색하면 서로 짜기라도 한 것 마냥 귀신같이 불닭볶음면만 나온다

불닭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외국인들은 이것이 한식이라며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먹는다.


아니 대체 언제부터 한민족이 매운 것에 미친 사람들이었던 건가.

무려 500년도 더 된 그 옛날 임진왜란 때 고추라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한식의 기틀을 뒤흔들려는 일본의 초대형 문화침략 프로젝트이었던 것인가.


이젠 냉면조차 구분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물냉면은 평양냉면,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이라 대충 구분해버리고

전분 떡이 되어서 끊어지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국수는 막국수라는 이름으로 족발과 함께 배달된다.

젊은이들이 이런데, 정부는 뭐 다를 것이 있겠나.

한식 세계화에서 언제나 김치나 불고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수많은 세금을 들여놓은 한식 세계화는 한식이라며 떡볶이소스로 파스타나 만들고 있다.

이미 성공했던 음식들을 손보는 것이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는 것보다 더욱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일본의 라멘처럼 한국의 국수도 지역별 특색과 문화를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아름다운 음식들을 소개하는 것을 왜 두려워하는가?


부끄러워하지 말자.


이 세상에 하찮은 음식은 없다


-FIN-


글쓴이-쉐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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