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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술의 성공 - 1

by 이인철

지상은 형의 사건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느꼈다. 언론의 강력한 힘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그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지 않은가!

‘내가 벌집을 잘못 건드린 거야.’

그는 연우의 간청으로 이 재판에 휘말린 것을 후회했다. 어쩌면 생계에 대한 걱정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소희는 어떻게 키우지?”

지상은 풀썩 쓰러지듯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때 연우와 상아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변호사님, 오빠를 만나고 왔는데요. 자백했던 것을 부인하고 다시 저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로 했어요.”

“정말 다행이죠? 선배님.”

“뭐가? 글구 나, 이제 변호사가 아니야.”

“아직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 건 아니잖아요. 오명을 씻고 명예를 회복해야죠.”

“나 그럴 힘이 없어. 명예 같은 건 이미 오래전에 버렸고.”

지상은 손을 휘저었다.

“선배님, 변호인은 의뢰인을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법조인으로서의 규범을 지켜야 할까요?” 연우는 언론에 보도된 그의 사건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변호사법에는 ‘변호사가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진실 의무’가 명시되어 있어.”

“여기서 진실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변호사가 판사나 검사처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렇다면 변호사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허용되나요?”

“거짓임을 알고 있는지가 핵심이야. 거짓을 모르고 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알고 있으면서 변론하거나 허위 사실을 주장해서는 안 돼.”

“변호사가 진실 의무를 위반하면 어떻게 되죠?”

“진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져. 예를 들어, 증인에게 위증을 시키거나 법원에 허위 증거를 제출하면 ‘위증교사죄’와 ‘소송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또한 의뢰인의 행위가 불법으로 판단되면 즉시 협조를 중단해야 해.”

“변호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힘드네요.”

“맞아.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 항상 균형을 맞춰야 하지. 이런 말이 있어. ‘유능한 변호사는 테러리스트보다 친구가 없다. 그러니 친구가 필요하면 개나 키워라.’”

이제 연우는 그의 정곡을 찌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충격 요법을 쓰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선배님, 여기서 포기하면 어린 따님이 아빠가 범죄자라는 낙인을 지고 살아가게 되는 거잖아요.”

“뭐라고? 으악!”

예상대로 지상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유리가 깨지며 그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때 지상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지상 변호사시죠? 저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의 김도수 검사입니다.”

“그래서요?”

“변호사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아야겠습니다. 내일 청으로 나오시죠?”

‘하루 만에 소환이라니….’

“내가 테러범도 아닌데, 이건 너무 빠른 진행이네요. 대체 고발인은 누구요?”

“도원그룹 법무실입니다.”

“고발인 조서는 받았나요?”

“아, 아직….”

“먼저 고발인 조서를 받고 피고발인을 조사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저는 상부의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

“...모레 출두하겠습니다.”

이 신속한 소환은 도원 법무실장이 이전에 수하였던 형사 1부장에게 부탁한 결과였다. 그리고 같은 라인에 있는 김도수 검사로 이어졌다.

도원그룹의 법무실은 약 600명의 변호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비슷한 규모이다. 이들은 경찰, 검찰, 법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에서 고위 간부로 일했던 인물들을 영입하여 권력 기관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의 상사나 동료의 청탁을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전관예우라는 용어가 생겼겠는가!

'내 수족을 자르는 것도 모자라 목을 비틀겠다는 거네.'

“이틀 동안 바쁘겠네? 내일 재판장과 만나고 모레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야 하니까.”

“왜요?”

“내 딸이 평생 범죄자의 자식으로 살아가게 할 수는 없잖아.”

“무슨 좋은 방법이 있어요?”

“없다면 만들어야지. 이제 상아 씨가 해야 할 일은….”

지상의 말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다.

사무실을 나선 상아는 부리나케 구치소로 향했다. 이틀 동안의 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되었다.


상태는 초췌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둘이 대화를 시작하자 교도관이 녹음 버튼을 눌렀고, 매의 눈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천장 모서리에 설치된 CCTV도 작동했다.

얼마 전 보안과장은 전화를 받았다.

“1355번 접견 내용을 빠짐없이 보고하라고요? 알겠습니다, 고 검사님.”

검찰 측에 유리한 증거와 자료가 나오면 제공하라는 석낙의 지시였다.

면회 중 범죄에 관해 이야기하면 그 내용이 나중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지상은 말과 행동에 각별한 주의를 주었다.

“상아 씨, 대화할 때 조심하세요. 귀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변호인의 접견은 일반인과 달리 녹음이나 감시 없이 이루어지기에 자신이 면회해도 되지만, 현재 상태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므로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생을 보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오빠, 괜찮아?”

“응. 아버지는 잘 지내셔?”

“그래. 다음 주에 선고가 있지? 너무 걱정하지 마.”

그녀는 교도관의 시선을 의식하며 손바닥을 아크릴 창에 대었다가 재빨리 떼었다. 그 순간 상태의 눈이 반짝였다.

“재판 날에 갈게.”

“그, 그래.”

“그럼, 그날 봐.”

"이런 젠장! 접견 내용이 온통 안부밖에 없잖아. 긴요한 정보를 보고해야 진급 일 순위인데…. 괜히 헛물만 켰네!”

보안과장의 하명을 완수해 점수를 따려던 교도관은 맥이 탁 풀렸다.

상아는 면회실을 나와서 손바닥을 비벼 댔다. 글자가 번지면서 거무스름한 얼룩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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