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

꿈인가, 생시인가

by 위공

영재와 벤은 보트를 타고 부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부표에 매달려 있는 낚시 줄을 하나씩 건져 올렸다

갑자기 "피~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낚싯줄이 빨랫줄처럼 팽팽해지며 고정대가 심하게 흔들렸고 묵직한 느낌이 왔다.

"삼촌! 물었어요! 물었어." 벤이 다급하게 외쳤다.

"벤! 그대로 있어! 엄청 큰 놈이야! 내가 줄을 감을게."

"삼촌! 저는 뭘 할까요?"

"으~응! 몽둥이, 쇠갈쿠리, 작살도 준비하고 있어!"

영재는 사력을 다하여 팽팽한 줄을 계속 감았다. 외줄낚시라 손과 팔이 아팠다. 낚시 줄이 느슨해지면 고기가 탈출하기에 계속 쉴 새 없이 줄을 빠르게 감아야 했다.

"삼촌! 고기가 보여요! 와~우 엄청난 고기예요." 벤은 놀라 입을 떡 벌리고는 다물지 못했다.

"그렇지! 대단한 놈이군!" 영재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수면 위로 거대한 고기 머리가 나타났다.

"옳지! 옳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오너라. 벤! 몽둥이 이리 줘!" 다급하게 외쳤다.

육안으로 봐도 대충 1.5~2m 크기에 모양새가 참다랑어였다.

원양어선을 타고 한창 잡았던 참치들처럼 큰 녀석이었다. 평균 3~4m, 50~60kg 급 되는 큰 참치를 많이 잡았었다.

요즘은 선단에서 그물로 대량으로 잡다 보니, 참치 보기도 힘들었고 특히, 대형은 씨가 말랐다.

그래서 영재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취미 삼아, 벤과 함께 낚시 왔는데, 운이 따랐다.

"벤! 낚싯줄 잡아! 그리고 뱃전으로 바짝 붙게 계속 당겨, 옳지! 좀 천천히!" 영재는 몽둥이를 잡으며 말했다.

고기가 뱃전에 가까이 붙자, 영재가 몽둥이로 가차 없이 고기 머리통을 내려쳤다.

고기는 몇 차례 얻어 맞고 기절을 했다.

"벤! 자~ 끌어올리자!" 영재는 쇠갈쿠리로 찍어 올렸다.

고기를 배에 올리자, 보트가 가득 찼다.

"삼촌! 대단해요! 훌륭합니다." 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수다를 떨었다.

"난, 그럴 줄 알았다고요. 삼촌이 수잔 이모 동네에서 코리안 넘버원이라고 소문났을 때 알아봤어요."

수잔 소개로 영재는 원주민들에게 참치잡이, 냉동기술, 어류 해체, 보관 등 다양한 기술을 연수시켰다.

마을 사람들과 같이 낚시도 하고, 잡은 고기로 요리까지 하여 음식 제공 등 봉사 활동까지 서슴지 않았기에, 영재는 한마디로 '코리안 넘버원!', '코니'라는 애칭까지 부르며, 최고로 인기를 얻었다.


보트를 수잔 마을에 정박시키고, 고기를 냉동 창고에 넣고 벤과 함께 집으로 왔다.

"엄마! 삼촌이 큰 참치를 잡았어요." 벤이 아직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는 듯 말했다.

"그래? 얼마나 큰 고기이길래, 벤이 저렇게 흥분하지." 헬렌이 영재를 맞이하며 웃었다.

"고기는 수잔 동네 냉동창고에 넣어 두었어요."

"전에 가져온 고기도 아직 많이 있는데, 잘했어요."

"여하튼 수잔과 의논해서 처리하세요." 영재는 헬렌에게 타월을 받고, 샤워하러 갔다.

영재가 만든 정수시설로 담수로 샤워하니, 그야말로 온몸이 샤르르 녹는 듯했다.

"코니! 벤! 식사하러 오세요!" 거실에 음식을 차려 놓으며 헬렌이 불렀다.

"오~우 진수성찬이군요." 영재는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맛있는 냄새를 맡았다.

"당신이 요리한 참치는 다 먹었고, 제가 특별요리를 했어요."

"이 요리는 어떤 요리죠?" 화려하고 고소한 냄새가 풍겨, 특별한 요리 같은 생각이 들었다.

헬렌이 요리 일부를 접시에 담아 영재에게 건넸고, 벤도 주었다.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 봤어요. 내 생일이고, 여기서는 케이크도 살 수도 없어... ."

"아! 생일이군요." 영재는 미안한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영국, 한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추위를 많이 타요. 그래서 이곳이 좋아요." 헬렌은 몸을 움츠렸다.

"한국에서는 미역국을 생일날에 끓여 먹어요."

"오~우 그래요?" 헬렌은 신기한 듯 말했다.

"저가 미역국을 끓여 맛을 보여 드릴게요."

"고마워요. 코니가 워낙 음식을 잘 만들어 기대가 되네요."

"벤이 엄마 생일이라고 오클랜드에서 속옷과 잠옷을 사 왔어요."

"역시, 벤은 착하고 훌륭한 아들이군요." 벤을 쳐다보며 윙크와 엄지 척을 보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생일 축하 겸 뉴질랜드 구경시켜 드릴게요. 괜찮으시겠죠?"

"수잔에게 양해를 구해야 돼요. 뉴질랜드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죠."

영재는 벤이 다니는 중학교 졸업식 축하해주고 벤과 함께, 오클랜드를 돌아다녔던 기억을 되살려, 가족 모두 같이 뉴질랜드를 다시 한번 여행을 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을 했었다.


영재는 헬렌과 벤, 이렇게 셋이서 뉴질랜드를 여행하니 신나며 즐거웠다.

인생 최고의 기분이었고, 비로소 꿈꾸던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는 생각보다는 광대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륙이었다. 특히, 북쪽(북섬)은 발전된 도시 오클랜드를 비롯해 로토루아 온천에서, 영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자연 온천을 처음으로 몸소 느끼며 신기했었다.

타우프에 가서 호스, 협곡, 폭포와 통가리 화산을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남쪽(남섬) 퀸 공항에 내려, 예쁘고 아름다운 킹스타운 호스 마을에 도착했다.

마운트 쿡 설경이 마치, 남극 대륙같이 웅장하고 거대한 설산도 보았다. 흰 눈이 쌓여 이색적이었다.

"오~우! 멋져요. 눈 덮인 산이 장관이에요." 헬렌이 경탄하며 말했다.

"저기가 아마 오클랜드 제도가 가까운 섬일걸요." 영재가 관광지도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그럼, 펭귄도 있겠네요?" 벤도 덩달아 신났다.

"남쪽은 그렇고, 동쪽은 채탐 제도로 남태평양 한복판이군." 영재는 마치 항해사가 된 듯, 지도를 가리키며

"서쪽은 테즈마니아 섬이군요.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이지."

"그럼, 우리 집은 어디쯤에 있어요?" 벤이 물었다.

"뉴질랜드 북쪽 피지제도 옆이야! 비행기가 착륙하는 마지막 공항이 피지야."


뉴질랜드 여행이 끝날 무렵, 뉴질랜드를 떠나려 하니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무엇보다 벤과 이별해야 하기에 헬렌뿐만 아니라, 영재도 마음이 무거웠다.

"벤! 이제 고등학생이고, 대학도 시드니 대학에 가야 하니 열심히 공부해야겠지?" 헬렌이 애써 화제를 돌렸다.

"시드니 대학은 왜죠?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영재의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호주에 사는 벤의 할아버지가 뉴 샤우스 웨일스 대학교를 추천했어요." 헬렌의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지구 해양과학을 원했죠. 벤의 아버지가 모험과 탐구 정신이 강했죠. 집안 내력인 것 같아요."

영재는 벤의 아버지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럼, 벤의 할아버지는 자주 오시나요?"

"아뇨, 벤이 방학 때 가끔 찾아뵙죠. 거리도 멀지만, 각자가 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 독립생활을 원하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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