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師弟) 3

삼각구도(三各求道)

by 위공


봄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모이도록 한다.

절에도 신도들이 많이 오고, 산에도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기수는 덩달아 바빠졌다. 산에 가자는 사람, 절에서 찾는 사람 등 지인들이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 가기에, 다니는 불교대학에서도 연락이 자주 왔다.

그중에서도 절을 찾아가야 하는 일이 먼저 생겼다.

총무가 절에 행사가 있다며 카톡문자를 먼저 보내왔었다.

"어서 오세요."

"스님은 계신가요."

"네~에."

기수는 스님 방에 노크를 했다.

스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동안 잘 지냈었어요?"

"네, 스님."

스님과 덕담을 두어 시간 나누고, 갑자기 스님이 대화를 중단했다.

이유인즉, 법회 시간이 다되었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전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기수는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항상 스님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합시다."

라고 정중하게 말한 다음, 자리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기수는 스님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보! 절에 다녀왔어요?"

"............."

"여보! 절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네."

"아무 일도 아니래도......."

"차라리 귀신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나는 못 속이지."

"헛~참, 아무 일도 아닌데도 자꾸 그러네."

"여보! 냉장고에 시원한 맥주 갖다 줄까? 먹고 시원하게 말해봐."

"아무 일도 아니야."

기수는 그냥 서재로 들어갔다.

아내가 곧장 따라 들어왔다.

"당신은 절에 다녀오면, 스님 자랑하고~ 그런 들뜬 분위기잖아!"

".............."

"말해봐! 내가 상담해 줄게~ 당신하고 산지가 40년 가까인데... 도가 텄지."

"뭔가 이상해."

"뭐가?"

"아니, 전에 없었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기수는 스님이 변했다고 했다. 그것도 갑자기 확 달라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대화 중에 불교가 발전하려면, 운동권 스님 말처럼 혁신을 일으켜야 된다고 기수가 먼저 말했다.

스님은 당장 좌파라고 하기에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권력과 폭력을 비호하는 발언을 했었다.

아내는 잠자코 한참 동안 듣고 나서 조용히 말했다.

"아직, 당신은 순수하고 순진무구하네요."

".............."

"상황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지면 사람도 변하는 거예요."

거실로 나와, 기수와 아내가 본격적인 대화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동안 절에 있었던 이야기도 했다.

아내는 스님이 변한 것도 있지만,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아내는 살림만 9단이 아니라, 직장생활도 오래 하다 보니 인간관계에도 도가 턴 것 같았다.

"그런데 스님은 수행자가 아니고 그냥 절을 운영하는 사장님 같은 기분이 들어."

"당신이 항상 스님은 순수하고 서정적인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요즘은 아니야."

"스님도 사람이에요. 젊었을 때는 수행을 열심히 했겠지만, 이제는 여행도 가고 인생을 즐기고 싶을 거예요."

"여행이라면 스님만큼 해외로 많이 나간 사람도 없을 거야, 마치 무슨 대기업 임원 출장도 아니고.........."

"당신과 똑같아요. 당신도 가족 먹여 살린다고 열심히 일했고, 이제는 쉬면서 자기 취미생활하니깐........"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스님이 예전과 달리, 극단적이고 고정관념이 돋보인다고 할까.

여하튼 언어도 과격하고 거칠며, 생각 없이 말하는 것 같아."

"고매한 스님께서 과격한 발언을 한다면 곤란한데, 사람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그런 말을........."

"어쩌면 스님 건강과도 관련 있는 것 같고, 사실 병원에도 입원한 적이 있었어."

스님이 작년 이맘때 몸이 이상하다며 병원에 가서 입원치료받은 상황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스님은 식사도 극도로 신경을 쓰고 규칙적인 운동도 하고 있다.

"그래, 당신이나 스님도 이제는 나이가 있으니, 건강에 유의해야만 돼."

기수는 아내의 말을 듣고 한숨이 나왔다.

건강은 당연히 신경을 써야겠지만, 나이가 들고 건강에 전념해야 하니 더 이상 자신감도 생기지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과 같다.

미래는 오지 않은 시간이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도 나이가 들면, 일자리도 잃고 가진 것도 없어지고 빈털터리가 될 수가 있다.

그래서 미래는 두려운 것이다. 특히 건강에는 자신감이 없고 두렵기만 하다.

만약 스님이 이러한 마음으로 생각이 그렇게까지 미쳤다면 동정의 연민을 느낀다.

봄은 왔지만,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다.

기수는 봄맞이 집안 청소 및 정리 정돈하는 일을 도왔다.

그전에 필요한 가구, 수납장들을 사놓았다.

아내의 철저하고 빈틈없는 실내 인테리어 구상에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흡족하게 마무리했다.

"어때? 마음에 들 거야."

"응, 역시 당신은 타고났어."

역시 아내는 실내 장식에는 타고난 기질을 보였다.

베란다에도 화초며 각종 이름 모를 꽃도 가져와 많이 키우고 있다.

물론 살림 9단 정도면 다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살림도 살림이거니와 멋진 것과 예쁜 것을 늘 추가한다.

아내의 손이 한 번 가고 난 곳에는 확실히 다르기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러한 것을 '도가 텄다'라고 하는 가 보다.

"당신은 정말이지, 도인이야~ 살림도인........"

"당신도 잘할 수 있어."

"아니야, 난 원래부터 손재주는 없어."

"그럼, 그림은 어떻게 그렇게 잘 그렸지?"

"스님이 마무리했고, 난 스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지."

기수는 아내의 말에 무심코 내뱉은 말이지만, 도(道)란 무엇일까? 도인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한 구절이 연상되었다.

거리의 인문학을 주창하는 작가 가 쓴 글 중에,

'소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이다'라는 문구가 지금 내가 도에 대한 관념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생각하는 스님은 고고하고 고매한 스님의 길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스님도 스님 나름대로 가는 길이 있다.

지금 스님이 가는 길이 맞다.

아내 역시 아내 나름대로 알아서 가는 길이 아내의 길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스님은 스님대로, 나는 나대로 제각기 가야 할 길이 있다.

잘 알지도 모르면서, 도가 어쩌고 저쩌고 말할 입장은 못된다.

나는 누구인가? 현재, 불도에 입문하여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학생의 신분이 아닌가.

학생이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먼 길이다. 특히 불도의 길은 더욱 그렇다고 본다.

그 길을 아직 알지 못해 찾기가 힘든 길이라고 하여도 가야 할 길이기에 가야 한다.

그냥 소처럼 묵묵히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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