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師弟) 2

침묵이 금이다

by 위공

"어서 오세요."

"스님은 어디 가셨나요?"

"서울에 회의 참석하러 가셨어요."

"절이 많이 변했네요."

"그렇죠, 스님께서 많이 고민한 끝에 변화를 시도하셨지요."

"총무님께서 아끼는 나무와 꽃들도 많이 없어졌네요."

"이제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예전처럼 가꿀 수도 없고 해서........"

기수는 절이 확 달라져 좀 어리둥절했다

절이 그렇게 변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첫째로, 공양주 보살, 장로 거사 등 절에서 오랫동안 봉사했던 사람들이 안 나온 것도 절 운영을 어렵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둘째로,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데 지금 절은 기성세대인 시니어가 주류를 이루어져 있다 보니, 앞으로 계속 신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대처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스님이라도 수행만 고집할 수가 없었고, 살림에도 참견하고 환경에도 신경을 늘 써야 했다.

스님말에 의하면 최근에 사찰이 진 빚을 겨우 다 갚았다고 한다.

이러한 힘든 일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떤 거사님은 스님께 돈을 빌려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스님은 밤새 고민하다가 거절을 했지만, 밤새 잠이 오질 않아 수면제를 먹고 잠을 이루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사정 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절이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여보세요! 언제 어디로 가면 되죠?"

기수는 장로 거사의 전화를 받고 약속을 정하기 위해 물었다.

그리고 다음 주 일요일에 만나자고 말했다.

장로 거사는 큰 절에 법회가 있는데, 큰 스님 법문을 들어보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항상 거사는 기수에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기수 입장에서는 바쁘지만, 연장자로서 부탁을 하고 먼저 약속을 정하기에 어쩔 수 없이 따른다.

그렇지만, 기수도 늘 일상이 빠쁘기에, 일정을 고려하여 잠깐만 시간을 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거사는 기수를 통해서 절과 스님의 안부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 같다.

그렇게 정리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막상 만나면 절에 관하여 집요하게 물어보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요컨대 아직 절에 대해서 상당한 미련이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어쨌든 거사와 약속한 장소로 갔다.

늘 만나는 장소이고 주말마다 법회가 열리는 큰 사찰이었다.

법회가 끝나고 거사와 기수는 공양간으로 가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차별한다고요?"

"그렇지, 돈 있는 보살이나 거사 등 그리고 자기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사람만 잘 대해주지."

"스님께서 그렇게 한다고요?"

"그런 면도 간혹 있었지, 스님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스님은 일반인과 달라야 하지 않나요?"

"당연하지, 스승의 입장에서 가르침을 전파하고 수행자로서 불법을 전하고 그릇된 것도 바르게 고쳐줘야지.

절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다 보니 살림걱정 등 온갖 고민거리가 생겨나는 거야."

"그런데 기도 스님은 왜 절에서 퇴출됐나요?"

"사찰경제가 어려우니 월급을 최고로 많이 주는 스님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거지."

"아무리 보조 역할하는 스님이라도 그렇지, 대화를 해보고 협상을 먼저 하는 게 기본이 아닌가요?"

"같은 승가의 입장으로서 그게 맞는 거지."

"그래도 절이 한창 잘 나갈 때에는 기도 스님의 역할이 컸고, 사람들도 엄청 많이 붐볐잖아요."

"그런데 그 스님도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결정적인 이유가 된 거야."

"어떤 게........."

"한마디로 자기 일만 하지, 즉 시키는 일과 월급 받는 만큼 일하는 거야."

"그러니깐 주는 돈만큼 한다?"

"그 외에도 극단적인 면도 있었어. 다만 자세한 것은 스님들만 알 뿐이지.........."

기수는 거사와 한참 동안 대화하는 동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거사는 어떻게 절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쩌면 이렇게 소상히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흔히들 하는 말로 너무 많이 알아서 견제가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겉만 알고 속 사정은 모르는, 미완의 정보 소식통일까.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지리라.

이야기는 자리를 옮겨 또 시작되었다.

점심공양을 하고 커피숍에서 계속되었다.

"우리가 이 큰 절에 다녀왔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 왜죠? 불도란 이 절 저절 다니면서 법회를 듣고 배우며 수행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지만, 스님은 자기 절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딴 절에 다녀왔다는 얘기 하면 시큰둥한 반응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다양하게 공부하는 것이 불교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기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사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어쨌든 내가 말하는 것을 참고하게나, 나처럼 이용만 당하지 말고..........."

거사의 말에 잠깐,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이용당하지 말라고.......

누가 누구를 이용했단 말인가.

거사나 기수는 오늘 이 큰절에서 법문을 같이 듣고 배웠다.

"~ 왜 공부하는가? 사람을 살리는 공부이기에 하는 것이다.

~ 내가 좋아하고 주변이 좋아지고, 주변이 좋아지면 전체가 좋아지기 마련이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람을 살리듯, 불교를 살리는 공부 또한 내가 짓는 것이다."

오늘 큰 스님의 법문을 듣고도 우리 불자들 사이에 이용이란 말이 나온다는 게, 실망스러웠다.

거사는 기수에게 뭔가 미련이 있는지, 자꾸 이야기를 더 하려고 했다.

그리고 스님과 절 이야기도 만나면, 단골 메뉴이다.

그래서 기수가 거사에게 말했다.

"궁금하면 직접 스님께 연락해 보시죠."

"내가? 여태껏 연락하지 않고 지난 세월이 수년이나 되었는데......."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어요,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아요."

"그래도, 그게..........."

"지금이 찬스예요, 설날 전후로 새해 인사도 드릴 겸해서~ 딱, 맞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서로가 헤어졌다.

나머지는 장로 거사의 몫이고, 앞으로 긍정적이고 건설적 대화는 더 이상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거사의 미련과 집착에 너무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스님께 하는 것은 민망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돈 안 든다고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고운 말, 좋은 말을 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능하면 좋은 말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의 허물이나 가슴 아픈 내용을 말하기 시작하면 듣는 사람이 근심에 쌓이게 된다.

차라리 할 말이 없으면 경청과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더 이상 좋은 방편이 없을 것이다.

"어서 오세요."

"스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기수는 새해 인사 겸해서 스님을 만났다.

언제나 다정스럽게 반겨주며 긴 시간 동안 덕담을 나눴다.

이야기는 주로 경전과 고승에 얽힌 것에 대하여 스님이 자상하게 전해 주었고, 기수는 잠자코 경청했다.

스님은 무엇인가 생각난 듯, 들려줄 게 있다며 중국 선사의 게송을 인용하며 설했다.

"우리가 살면서 늘 죽음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오늘을 즐겁고 행복하게 소풍 가듯 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저곳에서 오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었다.

소풍 잘 다녀왔으면 미련 없이 건너가야지.

아직 소풍을 가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소풍 가듯이 살아가야 한다.

무엇을 더 바라고 무엇에 집착을 하는가.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혹시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았나,

남에게 원망 사지는 않았나, 만일 그런 게 있다면 하루빨리 빌고 또 빌어야 한다.

이제 가볍고 편안하게 마무리를 해야지."


기수는 절에서 나오며, 스님 게송에 대한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스님의 게송은 마치 우리들 이야기를 알고 있는 듯한, 그런 뉘앙스로 전해온 것이다.

여태까지 스님은 거사의 집요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제야 느낌이 왔고 깨달았다.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책임으로 해석한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면 스님은 해결할 수 없고, 다만 그에 대한 방편을 제시하는 의지로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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