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와 보살
"거사님! 여기에 어쩐 일이세요?"
"오~오, 자네는......."
"저는 이 동네 삽니다."
기수는 장로 거사를 뵌 지가 거의 1년이나 넘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응, 1년 동안 백수로 있다가 지금 일자리를 찾는 중이야."
"아, 그래요?"
일단은 동네 근처에 커피숍에 들어가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장로 거사는 기수가 다니는 절에 봉사를 하다가 만났는데, 기수보다 10살이나 많은 인생 선배였다.
기수가 다니던 절에 먼저 와서 봉사 일을 하고 있었고 기수를 만나 같이 봉사를 한지는 3년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절에 나오지 않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님과 보살님으로 인하여 더 이상 절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 자네는 그 절에 충실히 다니고 있겠지."
"아~ 예, 저도 제 일정이 바빠서 요즘은 절에 뜸합니다."
"무슨 일을 하는데 그리 바쁜가?"
"제 취미생활과 본업이죠."
"..............."
"불교대학 다니며 불교 공부하고, 집에 와서는 전업주부로 또 바쁘지요."
"으~응, 나도 5년 전에 불교대학 다녔었지."
"거사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기수는 오랜만에 절에 찾아갔다.
"요즘 일정이 바빠서 자주 오질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쁜가요?"
"집안일이죠, 딸 집에도 갔었고~ 여하튼 일이 많았습니다."
절에서 일거리를 찾아 하다가 점심 공양시간이 되어, 공양하고 난 후 스님과 담소를 나누었다.
"스님! 장로 거사님을 만났는데, 절 소식이 궁금하고 스님 안부도 물었습니다."
"그래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지요?"
"그냥~ 백수로 1년을 보내고 있다가 최근에 일자리를 찾아서 바쁘게 다니고 있답니다.
그런데, 스님! 거사님이 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어요."
"장로 거사도 아주 성실하고 우리 절에 꼭 필요한 사람인데.........."
"스님! 그럼, 거사님을 불러서 같이 일하면 어떨까요?"
"글쎄요, 보살님이 받아들일지........"
"아니, 스님께서 승낙하면 더 이상 말이 없지 않습니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요. 보살님과 관련된 일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스님은 장로 거사와 보살님 사이에서 있었던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님은 오로지 보살님에 올인이 되어있는 모양새다.
언젠가 스님이 기수와 있는 자리에서 독백처럼, 아니 콧노래처럼 흥을 거렸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 ~ 그대 없이는.......... "
P 가수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말했다.
가사에서 나오는 그대가 보살님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스님의 농담으로 들었지만, 이제야 느낌이 온다.
불교대학이 있는 큰 절에서 일요법회가 열렸다.
기수는 먼저 가 있는 장로 거사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 법회가 시작할 시간이 남았기에, 거사님과 커피 한 잔 나누며 그동안 안부를 물었다.
"절에 가서 스님을 뵈었는가?"
"네~에!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거사님 이야기도 하면서........"
기수는 스님께서 보살님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전했다.
"절에서는 스님이 우선이지, 왜~ 보살에게 끌려 다니는 가를 모르겠어."
"저 또한, 스님이 거사님을 승낙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어쨌든 스님이 보살님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이건 아니다 싶어! 그렇지 않아?"
"그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거사님은 왜 보살님이 싫어하는 걸 까요?"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
"그래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잖아요. 거사님께서 한 번 더 부딪쳐 보시죠?"
"여하튼 여자와 아이의 마음은 맞추기가 힘들어......."
"한자에 좋을 호(好)를 보면 여자와 아이가 같으니 좋아한다고 나와 있지요."
"그럼, 보살과 같은 마음을 가져보란 말이야? 어떻게 까다롭고 난해한 여자의 마음을...."
"그럴수록 그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노력해야죠"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럼요! 여자와 아이가 서로 안고 있어서 좋다고 호호호 하잖아요."
"일단은 한 번 생각해 보자고........"
"오해든 진실이든 모든 것은 드러내놓고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기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거사님과 스님 그리고 보살님과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가 잘 못했고, 누가 잘했는지, 사실을 떠나 진실은 세월이 지나면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상처를 받고, 안 받느냐 그것이다.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된 말과 지나친 행동은 상처를 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상처는 세월이 약이고, 아픈 기억 또한 잊힐 것이지만 짧은 기간에는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인생은 잔인한 교사라고, 몸소 체험하고 깨닫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렇게 사람을 괴롭혔나 보다.
단지, 서로 간 넉넉하게 내어주고 더 크게 보담아 주며 이치를 바로 잡아줘야 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이러한 이치를 바로 알아, 대화와 화합을 실천하는 것이 어른의 책무요, 도리인 것을......
누군가 먼저 알고 경험을 했다면 더욱 이러한 것을 알아서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사료된다.
어쨌든 기수 입장에서는 달리 어떻게 해결할 수도 없었고, 당사자들 간의 문제이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에 만나면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싶을 뿐이다.
기수는 불교공부를 하면서 '보살의 수행과제'라는 말을 떠올리며, 자신은 어떤 위치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거사와 보살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거사는 출가하지 않은 사람으로, 법명을 가진 남자를 일컫는다.
그리고 보살은 깨달음을 구하고 중생을 교화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기수가 만나는 장로 거사님은 연장자이기에 장로 거사님이라 불린다.
장로는 옛날 선사들이 말하는 '덕이 높고 나이가 많음이라~'고 하였고, '선남자(거사)란 '평탄한 마음이며 바른 마음을 정하고 능히 일체 공덕을 성취해서 가는 곳마다 걸림이 없음이니라.'라고 하였다.
또한, '선여인(보살)이란 바르고 자비로운 마음이니 이러한 마음으로 있고 없음의 공덕이 태생하도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불교적 관점에서 해설한 것이다.
그리고 경전에 '아랫사람에게 겸손하고 윗사람에 존경함은 보살수행자의 중요한 과제이다.'라고 나와있다.
기수는 거사임에는 맞는데 학생의 입장, 즉 항상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싶다.
지금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