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최후의 전쟁(THE FINAL WAR)
1화: 새로운 전쟁
PREVIOUSLY ON SEASON 1...
“페이즈 6은 내 존재가 필요 없어. 이미 시작됐으니까.”
6개월 전...
교도관의 손목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페이즈 5 표식.
와이스 박사의 불길한 미소.
그리고 지금...
2097년 1월. 서울(와이스 박사 체포 6개월 후)
서울은 평화로웠다. 너무나 완벽하게 평화로웠다.
페이즈 5 사태 이후 E.E.S.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금지되었고,
살아남은 5만 명의 ‘인공 인간’들은 시민권을 얻어 사회에 통합되었다.
지오는 감정 상담 센터를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은별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그는 약속대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선생님, 요즘 가끔... 머릿속에서 잡음이 들려요.”
상담을 받던 김민호(28세, 페이즈 5 생존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감정을 배워가던 청년이었다.
“잡음이라뇨? 이명 같은 건가요?”
“아니요. 목소리 같아요. 명령하는 듯한...”
갑자기 민호의 말이 뚝 끊겼다.
그의 눈동자가 회색빛으로 탁해지더니 초점을 잃었다.
‘이 반응은...’
민호의 입술이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PHASE 6... ACTIVATED.”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같은 시각, 서울 전역에서 페이즈 5 생존자 3명이 동일한 증상으로 쓰러졌다.
긴급 대책 회의
지오, 레오, 강민우, 정수아, 강민지가 6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교도소 재활 프로그램에서 일하던 윤세라도 긴급 호출되었다.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에요. 누군가 외부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윤세라가 데이터를 띄웠다.
쓰러진 피해자들의 뇌파 패턴이 완전히 재구성되어 있었다.
그것은 감정 조정이 아니었다.
기억 이식, 아니 ‘자아 삭제’에 가까웠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있어.
정부 전산망, 통신사, 전력 공사... 모두 국가기간산업 종사자들이야.”
강민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들은 지난 5개월간 무의식 중에 시스템에 백도어를 설치해오고 있었다.
누군가 대규모 사이버-물리 공격을 준비해 온 것이다.
시작 시점은 와이스가 투옥된 지 정확히 한 달 후였다.
서울구치소 독방
지오는 와이스 박사를 찾았다.
그녀는 철창 너머에서 캔버스에 기이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수많은 점들이 선으로 연결된,
거대한 신경망 같은 그림이었다.
“당신 짓이지? 페이즈 6이 뭐야?”
“난 여기 갇혀 있어, 지오,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와이스는 붓을 내려놓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 파트너는 다르지.
그는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왔거든.
페이즈 5는... 그저 육체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었을 뿐이야.”
“파트너라니? 리처드 리 박사는 잡혔잖아.”
“리 박사? 그 멍청이는 껍데기만 만들 줄 알았지.
영혼을 다루는 건... 그 사람뿐이야.”
강민우의 조사 결과, 와이스의 과거 기록에서 지워진 이름 하나가 발견되었다.
박진우(Dr. James Park).
15년 전 실험실 폭발 사고로 사망 처리된 천재 생명공학자이자 AI 전문가.
“그는 죽지 않았어. 죽음을 위장하고 지하로 숨어든 거야.
페이즈 5의 의식 전송 기술... 그가 원천 기술자였어.”
그때, 도시의 모든 스크린이 동시에 켜졌다.
거리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사람들의 스마트폰, 지오의 사무실 모니터까지.
EMERGENCY BROADCAST
SOURCE: UNKNOWN
화면에 중년 남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차분하고 지적인 인상이었지만,
눈빛은 섬뜩할 정도로 고요했다.
박진우였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존재조차 몰랐던 설계자입니다.”
PROJECT HIVE MIND
STATUS: ONLINE
탱크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살아있는 뇌였다.
수십만 개의 뇌가 생체 용액 속에 둥둥 떠서,
복잡한 케이블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페이즈 6은 인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가 육체라는 감옥에서 해방되어, 순수한 의식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가 될 것입니다.”
박진우는 지난 10년 동안 납치된 50만 명의 ‘자원자’들이
이미 이 집단의식 네트워크, ‘하이브 마인드’의 일부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고통도, 노화도, 죽음도 없는 영원한 의식의 세계.
“그리고 한지오 씨... 당신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화면이 전환되며 특정 탱크 하나가 클로즈업되었다.
탱크 표면에 붙은 이름표를 보는 순간,
지오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SUBJECT #0001
HAN JI-YU
“지유야...?”
8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여동생.
그녀는 죽지 않았다.
박진우가 그녀를 데려가 실험체 1호로 삼은 것이었다.
그녀의 뇌는 8년 동안 저 차가운 탱크 속에서 살아 있었다.
“그녀는 살아있습니다, 지오 씨.
네트워크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죠.
우리에게 합류하세요.
그러면 영원히 그녀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진우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30일.
그 안에 자발적으로 페이즈 6에 합류하지 않으면, 전국에 심어둔 1만 명의 슬리퍼 에이전트들이 신경망 업로드 바이러스를 살포할 것이다.
그러면 강제로 육체가 정지되고 의식만 추출될 것이다.
방송이 끝나고 지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어떻게 구해?
8년 동안 항아리 속의 뇌로 살았던 사람을...
그게 살아있는 거야?”
레오가 지오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정신 차려! 그녀의 의식이 살아있다면, 구할 방법은 있어.
우린 포기 안 해.”
그날 밤, 팀은 다시 작전 회의를 열었다.
윤세라가 오래된 기록을 뒤져 박진우가 숨어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냈다.
초기 E.E.S. 연구가 진행되었던 폐쇄 구역.
“제주도 지하. 화산 동굴 깊은 곳에 거대 시설을 숨길 만한 공간이 있어.”
지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마치 수많은 뇌세포처럼 보였다.
시즌 1이 감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이번엔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
‘지유야... 기다려. 이번엔 오빠가 늦지 않을게.
설령 지옥 끝이라도 널 데리러 갈게.’
화면 속 지유의 뇌 탱크가 희미하게 빛났다.
그리고 지오의 머릿속에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오빠... 구해줘...”
시즌 2: PHASE 6-THE FINAL WAR
29 DAYS REMAINING
다음화에서 계속...